한 달여간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력설로 주식시장이 들끓는 동안 책임 경영을 목표로 사들인 주식을 13명의 임원들이 팔아치웠다. 양사의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내부정보에 가장 근접해있는 임원들의 부적절한 자세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 임원 13명은 지난달 6일부터 27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3537주(우선주 포함)를 매도했다. 매도 규모는 약 8억여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8일 '애플카' 협력설이 제기된 이후 줄곧 "다수의 협력사로부터 제안을 받았으나 결정된 게 없다"며 언급을 꺼려왔다. 하지만 뚜렷하게 부인도 하지 않았던 만큼 시장에서는 애플과 협업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주식시장에서 현대차의 주가가 애플카 협력설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고공행진했다. 그사이 정 회장을 따라 주식을 사들인 일부 임원들은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당장 임원들의 수익률만 보더라도 최소 97%에서 최대 286%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번 임원들의 자사주 매각을 차익실현으로 평가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몇몇 임원들이 주식을 매도한 것이 이런 상황을 미리 알고 팔아치웠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순 차익 실현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도 안 판 주식 왜 팔았을까
하지만 정 회장도 팔지 않은 주식을 현대차 임원들이 내다 판 시점이 적절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모든 시선이 현대차그룹과 애플에 몰린 가운데 핵심임원들이 자사주를 잇따라 매각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평가다.매각 시점이 애플과 협상 보도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이번 협상 결렬로 임원들의 자사주 매각이 내부정보 이용한 거래로 비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현대차와 애플의 협력설의 근원지가 외신이 아닌 한국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주가 상승을 노리고 누군가 언급했을 것이란 게 일각의 시선이다.
게다가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경영권을 참여하고 있던 국민연금마저 이 기간동안 현대차의 단타성 투기매매를 진행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애플과 협력설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 1월4일부터 14일까지 30차례나 장내 매수와 매도를 번갈아 하며 단기매매로 차익을 실현했다. 국민연금이 이 기간에 팔아치운 주식 수만 62만8654주에 이른다.
당초 국민연금은 현대차의 경영권에 참여하고 있어 이 같은 단타성 투자는 이유없이 진행될 리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만약 단기 투자를 할 경우 6개월 이내에 발생한 차익은 회사에 반납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5일 슬그머니 현대차의 지분보유 목적을 경영권 참여를 할 수 있는 '일반투자'에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2013년 이번과 비슷한 사례도 있었다. 엔씨소프트다. 당시 엔씨소프트 임원은 실적부진 우려가 나오기 직전 자사주를 팔아치워 부적절한 자세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임원이 주식을 팔아 치운 시점이 최근 1년 중 가장 비쌌던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협상 결렬 발표날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가 모두 곤두박질쳤다”라며 “그만큼 현대차와 애플 사이의 협력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발표 당일인 8일 기준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산 시가총액 중 9조4740억원이 휴지 조각이 됐다. 현대차 시가총액은 지난 5일 53조3100억원에서 지난 8일 49조9980억원으로, 같은 기간 기아차는 41조1440억원에서 34조9820억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한 전문가는 현대차그룹과 애플 간 협의가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실 이번 애플과 협력설이 언론에 보도된 것이 비밀유지를 기본인 협상에서 현대차의 큰 실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