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모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2.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참여 안보협의체) 한국 참여에 대해 사람들이 반중동맹이라며 마치 미중사이 선택처럼 말하는데 O, X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현재 조심스럽고 소극적인데 그럴 필요 없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지난 19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쿼드 가입 문제를 미중양자 택일 관점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며 "한국이 좌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게 급선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쿼드는 중국의 해양 진출을 염두에 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협력'을 기치로 내건 협의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지만 이 쿼드만은 계승·발전시킬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이 쿼드에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 3개국이 추가된 '쿼드 플러스'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정부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거절 의사를 밝혔고 올해도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 중이다.

위 전 대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좌표가 정해져야 한다"며 "미중 선택의 문제 개념이 아닌, 예를 들어 미국에 가까이 하는 좌표와 방향을 선택하자는 개념이다.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당신은 미국을 선택한 것이냐' 물으면, 그런 말이 아니라 한국의 좌표와 방향을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길이 우리 정책을 안정시키고 운신의 공간을 줄 것"이라며 "그런데 안가겠다는 것은 세계질서의 현실을 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 주도 질서 속에 살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위 전 대사는 그러면서 지난 2015년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에도 머뭇거리던 한국은 G7(주요 7개국) 중 영국이 AIIB 참여를 결정하자 입장을 '급선회'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좀 더 나아가 쿼드에 일단 가입하고, 쿼드가 지나치게 반중연대 또는 대중봉쇄 메커니즘이 돼 지역에서 대립을 격화시키는 기제가 안 되도록 우리가 목소리를 내면 된다"고 강조했다.

위 전 대사는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 등 '가치동맹' 규합 조짐이 감지되는 것과 관련해 정부가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있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망설이면 안 된다고 했다.

최근 캐나다 주도의 정치적 목적으로 외국인을 인질로 잡는 행위를 규탄하는 '자의적 구금 반대 공동선언'에 한국이 불참하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과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등 58개 국가가 참여하는 것과 대조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에서 명분이 분명한 인권·민주적 가치에 한국이 불참하는 모양은 좋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위 전 대사는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가능한 영역에서 다자들이 제기할 때 조인하는 정도는 괜찮다"며 "거기에서도 소극적이라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모습을 자꾸 보여주면 엄연히 중국의 기대만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며 "그러니까 한 번 들어가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게 아니겠나. 자꾸 참여해야 한국이 다자 속에 묻혀있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 전 대사는 "우리가 가령 G10이 되고자 한다면 G10 후보들이 하는 대체적인 움직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는 우리 외교가 의식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G7이 확대되면 들어가고 싶어 하면서 (인권 참여) 등을 안 하려 한다면 이상한 것이다. 즉 기본은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모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2.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다음은 위 전 대사와의 일문일답.
-'쿼드'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가입 압박이 본격화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본인 취임 후에는 미국의 가입 요청이 없었다고 했지만, 물밑에서 미국의 요청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한국의 쿼드 가입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좌표를 정해야 한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좌표를 정하자는 것은 미국이냐 중국이냐가 아니다. 우리의 좌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중 선택의 문제 개념이 아닌, 예를 들어 미국에 가까이 하는 좌표와 방향을 선택하자는 개념이다.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당신은 미국을 선택한 것이냐' 물으면, 그런 말이 아니라 한국의 좌표와 방향을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 길이 우리한테 정책을 안정시키고 운신의 공간이 준다.

쿼드의 한국 참여에 대해 사람들이 반중동맹이라며 마치 미중사이 선택처럼 말하는데 O, X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조심스럽고 소극적인데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쿼드에 들어가 있는 나라를 보면 4개국 전부 중국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각각 중국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런 식으로 문제를 보고 접근한다면 쿼드하고 함께 할 일과 공간이 있을 것이다.

좀 더 나아가 쿼드에 일단 가입하고, 쿼드가 지나치게 반중연대 또는 대중봉쇄 메커니즘이 돼 지역에서 대립을 격화시키는 기제가 안 되도록 우리가 목소리를 내면되는 것이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지, 근데 안가겠다는 것은 세계질서의 현실을 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 주도 질서 속에 살고 있지 않다.

AIIB가 생겼을 때 간단하게 들어갔다. 일대일로가 나왔을 때도 포지티브 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쿼드는 조심스럽고 소극적인데 나는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AIIB처럼 참여하겠다. 또 가서 역할을 하겠다. 우리가 할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러면 우리가 좌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했으면 문제를 풀 해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O,X 문제로 생각하면 안 된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 등 '가치동맹' 규합 조짐이 감지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는 관측이다. 특히 캐나다 주도의 '자의적 구금 반대 공동선언'에 한국이 빠진 것은 '한국의 인권 인식'에 대해 바이든 정부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미중 눈치보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아시아에서 한국처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여서 권위주의 정권을 쓰러트린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가 거의 유일하다.

우리가 좌표를 설정할 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잊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그쪽 가치로 성공한 나라다. 이걸로 타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내에는 미국, 또는 중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주를 타협하자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 정책을 선택할 때 일련의 가치를 기준으로 할 필요가있다. 단 이를 중국에 제기할 때는 조심스럽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가능한 영역이 다자들이 제기할 때 조인하는 정도일 것이다. 만약 거기에서도 소극적이라면 그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자꾸 보여주면 엄연히 중국의 기대만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러니까 한 번 들어가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게 아니겠나. 자꾸 참여해야 한국이 다자 속에 묻혀있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가령 G10이 되고자 한다면 G10 후보들이 하는 대체적인 움직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는 우리 외교가 의식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G7이 확대되면 들어가고 싶어 하면서 (인권 참여) 등을 안 하려 한다면 이상한 것이다. 즉 기본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추진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가 없었다면 지난해 진작 이뤄졌을 일이다. 지금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다는 면에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시진핑 주석 바이든 대통령 보다 먼저오면 '중국한테 기울었네'라는 주장이 제기되는데. 틀렸다. 한국이 중국에 기우는 나라가 아니고 여기에 서있는 나라라고 사전에 돼 있으면 누가 먼저와도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흔들릴 상황으로 해왔고, 그래서 안타깝다. 그러니까 전화를 누가 해도 문제가 되는 그런 나라가 세계 10몇위 국가 중 별로 없다. 지금 좌표가 없어서 특이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일단 한중정상 간 교류는 항상 있어왔으니까 되는 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을 생각해서 오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 단 행사 자체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인상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주도권이 바뀌게 된다. 교섭을 해야 하는 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 회담에서 뭘 내놓는 가하는 것이다. 시 주석이 오는 것 자체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오는 거 자체에 매달리게 되면 협상에서 열위에 설 수 있고, 이 상황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왔는데 그 내용이 미중사이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와서 우리가 가령 좌표가 중국 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은 합의가 나왔다면 그건 미국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위성락 전 대사는 2015년 중반 주러시아 대사를 끝으로 36년간 정든 외교부를 퇴직하고 야인이 됐다. 그는 외교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주로 미국과 북핵 관련 업무에 종사한 '베테랑'이다.

세부적으로 북미 국장 겸 6자회담 차석 대표, 주미 대사관 정무공사, 한반도 평화 교섭 본부장 겸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이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위 전 대사는 한반도 평화 교섭 본부장으로 있던 시기에 두 차례에 걸쳐 남북 비핵화 회담을 이끈 바 있다. 지난 2012년에는 미국과 북한 간 '윤일합의'(2·29 합의)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현재 위 전 대사는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강의를 하면서 외교 안보 사안과 관련 언론에 기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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