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김도엽 기자 = "학교 폭력 피해자들의 상실감과 공포는 10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이 학교 폭력을 폭로한 것은 트라우마(심리적 외상)가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하동진 서울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41)은 19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트라우마는 평생 남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라며 "피해자가 성인이 돼 가해자를 다시 만났을 때 정신적 충격으로 우울증에 걸린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업 특성상 많은 사건을 접했지만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볼 때마다 트라우마를 어떻게 견딜지 진심으로 걱정됐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청사에서 만난 하 계장은 학교 폭력 폭로가 잇달아 나와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피해자 트라우마에 주목해야"
여자 배구스타 이재영·이다영 자매, 남자 배구스타 송명근·심경섭씨, 걸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수진씨, 배우 조병규씨가 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조명규씨와 수진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학교 폭력 사실을 인정했다.
하 계장은 "가해 사실과 처벌 여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피해자의 트라우마에 주목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피해를 외부에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신고센터 번호 '117'을 누르면 경찰이나 교육부, 교육청이 적절한 대응에 나섭니다. 신고했다가 왕따당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할 수 있겠지만 보복 피해를 막는 것은 성인들의 몫입니다. 2차 피해 부담까지 끌어안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서울경찰청 13층 아동청소년계 사무실엔 학교폭력신고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상담원이 24시간 근무하며 신고를 접수한다. 학교폭력신고센터는 Δ의료지원 Δ상담지원 Δ수사지원 Δ법률지원을 한다.
2013년 서울경찰청 학교폭력대책계 반장(경감)이었던 하 계장은 학교전담경찰관제도(SPO)가 그해 시행되는 데 실무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그는 서울 지역 학교전담경찰관 137명을 관리하고 있다. '음지의 일꾼'으로 불리는 학교전담경찰관은 전국 초중고교에 배치돼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한다. 학교전담경찰관 한 사람당 학교 10곳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제도 시행 전 공무 국외 여행을 떠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학교전담경찰관의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미국은 1950년대 후반부터 경찰이 학교 안전을 전담해 폭력과 범죄에 대응하는 '스쿨 폴리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 계장은 "학교 폭력은 참으로 복잡한 문제"라며 "처벌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선도만으로 해결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처벌만 강조하면 학교 폭력이 숨게되고 선도만 하면 학교 폭력이 급증할 우려가 있습니다. 두 가지를 적절하게 판단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카따' 심각…"경각심 가져야"
교육부의 '2020년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을 보면 신체폭력(상해·폭행·감금·유인), 언어폭력, 금품갈취(공갈), 강요, 따돌림, 성폭력, 사이버폭력이 학교폭력으로 규정돼 있다.
이중에서도 사이버 폭력에 우려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휴대전화 메신저인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피해자를 초대해 망신을 주며 따돌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옥상으로 피해자를 데려가 집단 폭행하는 식이었죠. 그러나 대놓고 이뤄지는 물리적 폭력이 폐쇄회로TV(CCTV)에 남자 학교 폭력도 음성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흔히 '카따'(카카오톡 왕따)라고 하지요? 카톡방에 불러 왕따라며 무시하고 방 나가면 다시 불러 무시하는 식이죠."
하 계장은 마지막으로 "폭력 행사에 둔감한 학생들은 꼭 명심할 게 있다"며 "스마트폰 녹음을 하든 촬영을 하든 캡처를 하든 어떻게든 가해 기록이 남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전과 달리 당사자 간 합의를 종용하는 분위기는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가해 학생은 법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습니다. 학생들은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언젠가 다 밝혀질 것'이라는 경각심을 느껴야 합니다."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유명인이라도 가해 사실이 인정되면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다시 받아주는 분위기도 아니다. 학교폭력은 사과로 끝낼 수 없는 심각한 범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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