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상무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사를 상대로 이사 교체를 비롯한 주주 제안을 요청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박찬구 회장 측은 박철완 상무의 행동이 비상식적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숙부와 관계 선 긋기 나선 조카
이번 분쟁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박철완 상무가 박찬구 회장과의 특수 관계 해소를 선언하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박철완 상무는 1월27일 공시를 통해 ‘기존 대표 보고자(박찬구 회장)와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밝혔다.박철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둘째 형인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로 박 회장과 조카-작은아버지의 관계다. 그동안 친족이어서 특수관계인으로 묶여있었으나 박 상무는 이번 공시를 통해 더 이상 특수관계인이 아니라고 공표했다.
비슷한 시기 회사를 상대로는 ▲본인의 사내이사 추천 ▲자신과 우호적 인사의 사외이사·감사 추천 ▲배당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요구했다. 2월 말에는 입장문을 발표해 박찬구 회장이 의지를 보이는 금호리조트 인수에 반대의사도 밝혔다. 사실상 작은아버지를 상대로 경영권 다툼을 선전포고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 회장 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상무의 독자적 행동에 사측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어려운 사회적, 경제적 여건에도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주가반영을 통해 주주 가치 극대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주제안을 명분으로 사전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현재 경영진의 변경과 과다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상무 측은 주주제안이 회사와 주주를 위한 정당한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박 상무는 입장문에서 “금호석화의 더 큰 성장과 발전을 염원하는 임원이자 개인 최대주주로서 금호석화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주주제안을 요청하게 됐다”며 “이번 주주제안이 금호석화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물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체적인 기업체질 개선을 통한 전략적 경영 및 사업 운영을 통해 2025년까지 시가총액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재계에선 박 상무가 독자행보에 나선 배경을 승계문제에서 찾고 있다. 박 상무는 한때 그룹의 적통으로 평가받았지만 갈수록 입지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금호그룹은 박인천 창업주 이후 장남인 박성용 회장, 차남 박정구 회장, 삼남 박삼구 회장까지 순차적으로 ‘형제승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2009~2010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사이에 이른바 ‘형제의 난’이 터지고 경영난까지 겹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쪼개졌다.
승계 불안감에 독자 행동?… 3월 주총서 표 대결
오너 일가의 불화로 형제승계 전통도 깨지자 3세 후계구도도 복잡해졌다. 현재 창업주의 장남 박성용 회장의 아들이자 그룹의 장자인 박재영씨가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박철완 상무가 유력한 차세대 후계자로 거론됐다. 박 상무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원했으며 숙부들의 경영권 분쟁 당시 박삼구 전 회장 편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박 상무는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얻지 못했다. 2010년 그룹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박 상무 측이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박삼구 전 회장과 사이가 틀어진 것이다. 이에 박 상무는 2010년 3월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화로 자리를 옮겼다. 박 회장은 박 상무의 부친이자 자신의 둘째형인 고 박정구 회장을 존경해왔기 때문에 박 상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편한 동거는 금세 균열을 드러냈다. 박 상무가 2010년 7월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박찬구 회장이 독단경영을 하고 있다며 항의 서한을 보낸 것이다. 이를 근거로 재계에선 박 회장과 박 상무의 관계가 오랜 기간 순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주총에선 박 상무가 박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는 대신 기권했다. 특수관계인인 박 상무가 기권했다는 점은 사실상 반대를 의미한다. 둘 사이에 갈등이 여전함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2020년 단행된 인사에서도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당시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반면 박철완 상무는 승진 명단에서 빠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박 상무의 불만이 폭발하며 박 회장과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 상무 입장에선 승계구도에서 배제됐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판단 하에 경영권을 잡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이라고 진단했다. 박 상무가 자신을 사내이사로, 우호 인물을 사외이사·감사로 선임을 요구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공표한 점은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3월 열리는 금호석화 주총에서 양 측간 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박 상무가 공개적으로 박 회장에 반기를 든 이상 상황이 급반전을 맞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태는 양측의 표 대결로 판가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