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시 해당 위반 행위의 처분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분시효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으로 법이 바뀌었다면, 개정 전 법령이 아닌 개정 후 법령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한진정보통신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 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8년 3월 한진정보통신은 국토지리정보원이 발주한 항공촬영 용역 입찰에서 다른 회사들과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6억2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총 세 번의 위반행위 중 첫번째엔 3억7300만원, 두번째엔 9100만원, 세번째엔 1억6200만원을 부과했다. 한진정보통신은 이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원고 측은 첫번째 및 두번째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개시 당시 이미 5년의 처분시효가 완성됐다며 공정위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첫번째 행위는 2009년 3월20일, 두번째 행위는 2011년 2월24일 종료됐기 때문에 모두 공정위의 조사개시일인 2016년 6월22일 전 시효가 완성됐다는 것이다.

2012년 6월22일 시행된 공정거래법 제49조 개정 법령은 공정위가 위반행위에 대해 조사를 개시한 경우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하지 않은 경우 위반행위의 종료일로부터 7년이 지났다면 시정조치 명령이나 과징금 부과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원심은 우선 첫번째 행위의 종료시점은 합의사들이 합의 없이 독자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2010년 2월11일, 두번째 행위는 2011년 3월17일로 보는 게 맞다고 봤다. 그러면서 "개정규정 시행 전에 이뤄진 위반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개정규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 첫번째와 두번째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원심은 "개정규정 시행일인 2012년 6월22일 이후 공정위가 조사가 개시돼야만 개정규정이 적용되고,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개정 전 규정을 적용하는 게 맞다"고 봤다. 공정위가 첫번째와 두번째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각각 5년이 지난 시점인 2015년 2월11일, 2016년 3월17일 전에 조사를 시작했어야 개정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데 공정위의 조사 개시일은 2016년 6월22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최초 조사개시시점에 이미 개정 전 규정에 의한 처분시효가 지나 처분권이 일단 소멸된 이후에 비로소 개정규정을 적용해 처분시효를 연장하고 소멸된 처분권을 부활시킨다면 이는 '진정소급'에 해당돼 허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진정소급은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이나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사후에 그 전과 다른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일을 말한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개정된 현행법이 시행될 당시 옛 공정거래법에 따른 처분시효 5년이 지나지 않은 이상, 현행법 시행 후 공정위가 최초 조사한 사건에 대해서는 현행법을 적용하는 게 맞다고 봤다. 처분시한에 관한 옛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은 위반행위가 종료된 날부터 5년이 지난 경우에는 해당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조치 명령이나 과징금 부과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현행법 시행 이후 공정위의 최초 조사가 시작될 때 이미 옛 법에서 규정한 처분시한 5년이 지났더라도 현행법은 그 시행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행법을 적용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경우 옛 법을 적용한다는 별도의 경과 규정은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현행법이 시행되기 전 위반행위가 종료됐더라도 시행 당시 옛 법의 처분시한(5년)이 지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처분시효를 연장한 현행법을 적용하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나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부진정소급'에 해당하고 헌법상 법률불소급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부진정소급'은 과거에 시작됐으나 현재 완결되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인 사실관계나 법률관계에 효력을 미친다는 의미다. 법령이 시행되면 그 즉시 효력이 발생하므로, 2012년 6월22일 시행 당시 아직 처분시한 5년이 지나지 않은 원고 측 위반행위에 대해 현행법 효력을 적용해야하는 게 맞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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