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정기선 부사장(왼쪽)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아흐마드 알 사디 수석부사장이 수소·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조선업계가 지구온난화 방지와 시장 확보를 위해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조선사가 LNG 추진선으로 선제 대응에 나선 가운데 수소·암모니아·바이오 등 차세대 연료 추진 기술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은 단연 온실가스 배출 증가다. 온실가스는 대기 중의 여러 기체 가운데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을 일컫는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산화탄소다.

2015년 12월 195개국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 이날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각 나라가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해 실천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앞다퉈 '탄소중립' 계획을 내놓고 있다.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2.5%(연간 약 10억톤)를 차지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30년 이후 발주 선박에 대해 2008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0%, 2050년에는 50%까지 감축하는 것을 결정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70%까지 감축을 논의하는 등 규제 강화를 예고해 조선·해운업계는 '탈탄소'를 이뤄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현대중공업과 아람코는 업무협약을 통해 친환경 수소와 암모니아 등을 활용한 협력 모델을 구체화하고 공동연구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료=현대중공업
현재 연료 생산·소비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0'인 연료는 수소·암모니아·바이오디젤·바이오가스(메탄)·메탄올이 대표적이다. LNG는 미세먼지·이산화탄소 저감이 가능해 주목받았지만, 화석연료로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완전한 탈탄소화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선급이 지난 1월 발표한 '암모니아 연료추진선박 보고서'에 따르면 저장·운반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탄소중립 연료는 바이오디젤이다. 기존 화석연료와 거의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에너지 밀도도 유사하다. 이 때문에 기존 선박에서 이용하던 연료 계통장치와 연료탱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바이오가스 역시 주로 메탄가스로 이뤄져 있어 LNG 추진선에서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 연료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필요로 하는 데다 식량과의 경합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수소·암모니아·바이오… 가능성 높은 연료는




메탄올은 유기성 폐기물로부터 발생하는 합성가스를 이용해 생산한다. 장기적으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친환경적이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선박 연료로 사용하기엔 효율성이 떨어진다.

수소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전해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생산된 수소를 대량으로 저장하기 위해서는 영하 253도에서 액화시켜야 해 운송·저장 과정에서 큰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소를 다른 형태의 화합물로 변화시켜 부피당 저장 용량을 늘리고 저장 비용을 줄이는 수소 에너지 캐리어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암모니아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 않아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 한국선급에 따르면 이미 120개 항구가 암모니아 관련 제품의 수출입을 처리하고 있으며 자체 저장시설을 갖춘 항구도 있다. 이러한 인프라는 연료의 가용성을 확보하는 주요한 자원이 된다. 아울러 암모니아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해 취급 절차와 안전교육도 광범위하게 보급돼 있다.

이처럼 암모니아는 비료, 산업용 원료, 냉매 등으로 사용되며 선박의 화물로 익숙하기 때문에 위험성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위험요소가 존재할 수 있어 선박의 구조·배치 환경을 고려한 규정이 필요하다.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2년 안에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컨테이너선을 도입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가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23년까지 2000TEU(6m 컨테이너 2000개)급 운반선을 노선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2030년까지 친환경 선박을 도입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7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머스크는 2050년까지 모든 선박을 탄소 배출이 없는 선박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공급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바이오메탄을 선택했지만, 향후 암모니아를 비롯한 다른 친환경 연료 사용도 검토할 계획이다.

국내 조선 '빅3'는 한국선급과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액화수소운반선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컨테이너선 ▲연료전지 연계 하이브리드 전기추진 선박 등에 대한 기본인증을 마쳤다. 이들은 수소·암모니아 연료전지 등 핵심 기자재 기술과 연료저장탱크 및 연료공급·추진 시스템 개발을 통해 오는 2024~2025년 선박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상용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에너지는 모든 국가의 정치적 문제 및 안보와 직결되므로 특정 국가·기업이 주도한다고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상용화하려면 선박 기술개발뿐 아니라 인프라 구축과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기술력을 개발해도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시스템과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시장이 없으면 헛수고"라며 "그에 대한 준비도 발맞춰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