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스피드웨이 위 AMG 차들이 질주하고 있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1 자동차 수집이 취미인 A씨는 최근 페라리가 국내 선보인 하이브리드 슈퍼카 ‘SF90 스파이더’에 관심이 많다. SF90 스파이더는 페라리 최초이자 슈퍼카 분야의 유일한 PHEV(하이브리드 전기차) 스파이더 모델로 3개의 전기모터와 V8터보엔진을 합해 무려 1000마력을 뿜어내서다. 기름을 덜 먹지만 힘은 더 세진 점에 관심을 보인다. 페라리는 국내 고성능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만큼 슈퍼카 시장의 주요 타깃인 ‘상위 1%’에게 ‘소유하고 타는 즐거움’을 전달하려는 게 목표다.
#2 B씨는 자동차 마니아다. 주말이면 레이싱 서킷(자동차경주장)을 찾아 스트레스를 푼다. 이미 쓴 돈만 해도 수천만원. 기회가 되면 아마추어 레이싱 대회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최근엔 ‘원메이크 레이스’에 관심이 많다. 단일 차종으로만 참여할 수 있어 차를 구입할 때 해당 브랜드에서 인센티브를 줘서다. B씨는 자동차회사의 드라이빙 스쿨을 통해 운전실력을 키웠다.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는 물론 용인 AMG 스피드웨이도 섭렵했다. 최근엔 인제스피디움에서 진행되는 현대 N 드라이빙 스쿨의 최종 과정에 관심이 많다.


바야흐로 고성능차 전성시대다. 한국에서 ‘억’대를 넘어가는 고가 자동차 선호 현상은 최근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은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더 강력하고 운전의 재미를 느끼려는 이가 늘었기 때문이다.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꼽히는 포르쉐·람보르기니·페라리(포·람·페) 등도 수억원대의 가격에도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한국시장 판매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각각 고성능 브랜드인 ‘AMG’와 ‘M’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찻값만 수억원… 슈퍼카 시장 ‘떠들썩’

AMG 스피드웨이 위 AMG 차들이 질주하고 있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1억원 이상의 고가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전년에 비해 48% 증가한 4만3158대로 전체 판매량의 15% 이상을 차지했다. 고가 자동차의 상당수는 고성능 스포츠카다. 자동차가 과거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최근 일종의 취미 생활로 떠오르자 고성능 차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평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차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한국도 어엿한 고성능차 시장의 주요 거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고성능 스포츠카를 대표하는 ‘포·람·페’의 지난해 판매량은 8419대로 전년(4724대)과 비교해 78.2% 증가했다. 페라리(212대)와 람보르기니(330대)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지만 고성능 슈퍼카 시장 확대를 주도한 것은 포르쉐다. 포르쉐는 지난해 7877대를 팔아 전년(4262대)보다 85%나 성장했다.
슈퍼카 브랜드 연도별 신차 판매대수./그래픽=김영찬 기자

포르쉐의 빠른 성장에 벤츠·BMW 등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고성능 브랜드인 AMG와 M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포르쉐보다 뒤처졌기 때문. 벤츠와 BMW의 고성능 브랜드인 AMG와 M은 지난해 판매량이 각각 전년 대비 58%와 53% 상승했다. 판매 대수는 AMG와 M 각각 4332대와 2859대다.

AMG vs M, 체험 마케팅에 승부수

벤츠와 BMW는 올해 고성능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체험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양한 고성능차를 직접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두 회사는 고성능 모델을 앞세워 서킷에서 ‘드라이빙 스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수억원대의 스포츠카를 체험하는 만큼 각 교육 프로그램마다 최소 2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가격을 매겼다. 지난해 말 기준 벤츠와 BMW 교육 프로그램의 누적 이용자 수는 각각 1200여명과 14만6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벤츠는 2018년 경기도 용인에 개장한 AMG 브랜드 전용 트랙인 ‘AMG 스피드웨이’를 활용하고 있다. 벤츠 관계자는 “스피드웨이에서 AMG를 경험하고 안전 운전 및 레이싱과 관련된 다양한 주행 기술을 쉽고 정확하게 배울 수 있도록 독일 메르세데스-AMG 본사에서 개발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드라이빙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BMW는 벤츠보다 4년가량 빠른 2014년부터 ‘BMW 드라이빙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누적 방문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며 사실상 자동차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는 평. 올해는 특히 고성능 M 브랜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집중 체험 프로그램인 ‘M 코어’를 확대 운영한다. 드리프팅과 서킷 공략법 등을 교육하며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것.
BMW 뉴 M5 컴페티션./사진=BMW

수억원대 스포츠카 신차 대전 펼쳐진다

올해도 고성능 스포츠카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각 브랜드마다 고성능차 출시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벤츠는 올해 베스트셀링 모델인 AMG GT 4도어 쿠페의 부분변경 모델을 비롯해 주력 SUV 모델에 AMG 마크를 달아 출시한다. BMW는 이보다 더 공격적이다. 지난해 10종의 M 브랜드 모델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 뉴 M3와 M4 등 7종의 M 모델을 새롭게 선보인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고성능차 시장의 확대는 자동차 문화의 확대라는 측면과 맞아떨어지지만 최근엔 과시 측면이 강하다”며 “SNS로 자신을 알릴 기회가 많아졌지만 국내에선 자동차 외에 재력을 과시할 기회가 적어 고가의 수입차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와 동시에 차를 제대로 즐기려는 이들도 함께 늘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성장하는 시장은 맞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