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참여연대·무상의료운동본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서울YMCA·경제정의실천연합·건강과대안·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진보네트워크센터·한국소비자연맹 등 9개 시민단체가 최근 기업단체들이 낸 개보법 2차 개정안 관련 공동 입장문에 대해 ‘개인정보 활용은 적극 요구, 그러나 책임은 지기 싫다?’라는 제목으로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현행 개보법은 사업자가 개인정보 유출·침해 등을 저질렀을 경우 위반행위 ‘관련 매출’의 3%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2차 개정안에서는 이 부과기준이 ‘관련 매출’이 아니라 ‘전체 매출’의 3%로 강화된다. 부과대상도 기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서 전체 기업·기관으로 확대된다. 이 분야 선진법제로 평가받는 EU(유럽연합) GDPR(일반개인정보보호법)의 경우 전체 매출의 4%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지난 10일 벤처기업협회·중소기업중앙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한국게임산업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디지털광고협회·한국여성벤처협회·한국온라인쇼핑협회·한국인터넷기업협회·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 11개 기업협회는 개보법 2차 개정안 주요 조항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는 공동 입장문을 낸 바 있다.
이들은 개보법 2차 개정안이 과징금의 기본원칙인 ‘위반행위로 인한 경제적 부당이득의 환수’에서 벗어났다며 “‘전체’ 매출액 기준의 과징금 상향조정안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중소·벤처기업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2~3%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관련 산업의 진입장벽이 될 정도로 과하다는 주장이다.
11개 기업협회는 EU GDPR의 경우 “글로벌 기업에 디지털 시장을 잠식당해 우회책으로 마련한 통상제재 수단”이므로 이 같은 기준을 국내 시장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봤다. “과징금 규모를 높이는 게 개인정보보호 강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적 연구결과’가 전혀 없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9개 시민단체는 이번 성명을 통해 “전체 매출액 기준 과징금 부과는 한국만의 독특한 정책이 아니며 EU GDPR을 비롯한 국제적인 흐름이 돼가고 있다”면서 11개 기업협회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과징금 상향 관련 실증적 연구결과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재 방법에 대한 실증적 연구결과를 제시해보라”고 되물었다. 이번 개정안이 산업계 요구를 받아들여 기존 형벌 중심에서 경제벌 중심 제재로 전환되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개보법 2차 개정안을 통해 분쟁조정위원회에 부여되는 강제적 조사권에 대해서도 양측 입장이 엇갈린다. 기업협회들은 “사법경찰관리에 준하는 강제력을 부과해 ‘분쟁조정’ 취지를 벗어난 일방적 행정행위를 규정하므로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피해 당사자가 소송이 부담스러운 경우 빠르게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막는 것은 피해자들이 손쉽게 소송을 제기하지 못할 것을 고려한 ‘배째라’식 행태”라고 반발한다.
개인정보위의 개보법 2차 개정안에 대해 기업협회들은 “산업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정보주체 권리 강화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면서 산업계 우려사항을 반영해 수정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위는 기업들의 압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면서도 “2차 개정안 내용도 시민사회 기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므로 정보주체 권리를 강화할 별도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개인정보위는 적극적인 설명·설득으로 이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세계적인 흐름과 법 조항 간 정합성을 고려해 추진하는 개정이다. 산업계 우려를 고려해 과징금은 세분화된 기준을 근거로 비례의 원칙에 따라 부과할 방침이다. 시민사회 요구를 반영해 반복적이거나 의도적인 심각한 위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개정 취지와 내용에 대해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개정 취지와 내용에 대해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