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머니S 김영찬 기자

“계좌 비밀번호 5회 오류로 비번 재설정하러 왔어요.”
“신분증 있으시죠? 여기에 동의하고 새로운 비밀번호 눌러주세요.”
은행 영업점에서 흔히 진행되는 금융업무를 올해 안에 인공지능(AI) 행원이 처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은행권 디지털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무인서비스 확대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자동화기기(ATM)를 넘어서 고객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단순 안내뿐 아니라 금융상품 상담까지 가능한 AI 행원 등장이 눈앞에 와 있다. 

신한은행은 올 9월 말 서소문·군자역·여의도중앙·홍제동 등 전국 40개 지점에 ‘디지털데스크’를 설치하고 AI 행원을 통해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는 수준의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이어 내년 3월까지 AI 행원 도입 점포를 2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I 행원이 담당할 금융 업무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AI 행원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신관에 ‘AI 체험존’을 개설한 가운데 올 하반기부터는 각 지점에 AI 기반 키오스크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키오스크에선 청약·예적금·IRP(개인형 퇴직연금)·대출 등 금융상품 설명과 금리 안내 등이 가능한 AI 행원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신규 가입까지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연내 AI 행원 파일럿을 만들 계획이며 이후 운영 경험을 쌓아 AI 행원 지점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AI 행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라이언로켓’과 손잡고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과 음성을 합성해 가상의 아나운서를 구현하는 AI 행내 아나운서를 올 6월 도입했다.

올 하반기엔 위비봇(챗봇)과 연계해 텍스트로만 오고 가던 챗봇 대화에 영상과 음성을 추가 지원하는 ‘비주얼 챗봇’ 구현을 준비하고 있다. 

AI 행원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과 음성을 합성해 특정 인물의 외모·자세·목소리를 반영해 가상의 행원을 구현한다. 나아가 AI 행원과 상담하는 고객의 음성을 분석·이해해 실제 행원이 상담하는 것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래픽=머니S 김영찬 기자

은행의 디지털화로 향후 AI 행원이 은행 영업점에 본격 도입되면 행원과 함께 고객 영업 범위가 겹치는 중복 점포 등 지점도 덩달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임직원 감소세도 빨라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시중은행의 임직원 수는 6만6317명으로 전년 동기(6만8565명) 대비 3.3%(2248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국내 영업점은 3515곳으로 5.3%(196곳)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AI가 현행법과 제도 등으로 인해 세부적인 금융 상담을 할 수 없는 제약이 있어 현재는 설명 단계에 머문다. 그렇다 하더라도 약관 등 방대한 설명은 AI 활용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며 “점포를 찾는 고객이 줄고 있지만 대면 서비스가 여전히 필요한 부분도 있는 만큼 AI 행원을 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보험권, AI 활용해 디지털화에 속도 


보험사도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디지털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사기를 잡아내는 시스템부터 상담서비스 챗봇·모니터링·상품 비교 분석 플랫폼까지 다양하게 적용하며 디지털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AI 음성봇을 도입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간단한 업무 처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7월 AI 음성인식과 지능형 대화 기술을 접목한 ‘AI 음성봇’을 선보였다. 고객은 AI 음성봇을 적용한 보험계약대출 서비스를 이용해 원하는 시간에 실제 콜센터 상담원과 통화하는 것처럼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한화손해보험도 지난해 5월 AI 챗봇 고객상담 서비스를 구축했다. 챗봇 채널에선 7가지 기능형 메뉴와 대화형 상담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은 챗봇을 이용해 보험료 납입과 이체관리부터 보험계약대출·단기운전자변경·보험금 청구안내·고객정보 조회·보험계약조회 등 업무 내용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일상적인 대화 형식으로 상담 내용을 남겨도 챗봇이 고객의 의도를 추론해 대응하는 대화형 상담서비스도 마련했다. 

신한라이프는 신한DS·스켈터랩스와 함께 AI 기반 보험상품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보험사의 AI 서비스가 본격 확산하면 과거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였던 설계사 숫자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험사 소속 설계사는 19만480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AI 판매 채널이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안에 등장할 것”이라며 “설계사 부족으로 인한 대면 채널 감소 문제와 설계사 수당으로 인한 고비용 문제가 일정 부분 AI로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