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북한이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열린 조선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고위 간부들을 줄줄이 해임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튿날 보도한 회의 사진엔 김정은 당 총비서의 단호하고 강경한 표정과 제스처, 일제히 고개를 숙인 채 발언을 받아 적고 있는 간부 등 참석자들의 모습이 찍혀 있어 삼엄한 현장 분위기가 묻어났다.
지난달 15~18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3차 전원회의 개최 후 11일 만에 열린 이번 회의엔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 등 중앙 간부 뿐만 아니라 지방당과 연합기업소, 무력기관 간부 등까지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김 총비서는 이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관련 '중대 사건' 발생 사실을 들어 간부들의 고질적 무책임성과 무능을 질타하고 이른바 '간부 혁명'을 강조했다.
노동신문이 보도한 김 총비서 사진을 보면 앞서 전원회의 때와 비교했을 때 전보다 수척해진 모습은 그대로지만, 미간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날카롭고 단호해진 표정과 몸동작이 눈에 띈다.
굳은 표정으로 거수 의결하는 주석단 간부들 중에선 유독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시선을 떨구고 팔을 늦게 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과학교육부장을 맡아온 최상건 당 비서는 아예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리 부위원장에 이어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군 총참모장도 거수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군 서열 1·2위와 최 비서가 함께 문책을 당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이번 회의가 '중대 사건' 문책에 그치지 않고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전원회의 개최 직후 이례적으로 대규모 확대회의를 소집하면서 핵심 사유인 '중대 사건'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점, 그리고 최근 김 총비서의 행보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김 총비서는 올 들어 회의체를 자주 개최하고 인선을 단행해왔다. 통상 한해 1~2차례 여는 전원회의를 1·2월과 6월 등 총 3번 열었고, 회의에선 조직·인선에 관한 언급이 자주 등장했다.
김 총비서는 특히 지난 1월 임명한 김두일 당 경제부장을 한 달 만에 교체했고, 박태성 당 선전비서도 임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각설이 떠올랐다. 이어 이번 확대회의에서도 최고위급 간부의 해임·이동이 발생했다.
대북제재, 코로나19 방역 조치 장기화로 느슨해진 북한 내부 상황을 조이면서 경제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대내 공포와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번 확대회의엔 김 총비서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과 현송월 부부장도 토론자로 참석해 '실세' 위상을 확인해줬다.
특히 김 부부장은 연초 당 대회에서 직급이 부부장으로 강등됐지만, 이번 회의에 토론자로 나서 공개 발언까지 하는 등 높아진 내부 입지를 과시했다. 이 때문에 조만간 정치국 비서나 정위원 이상 자리로 승진·복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동신문이 전한 회의 방청석 사진을 보면 김 부부장 앞엔 특히 발언용 마이크가 2개 배치돼 있어 방청석에서도 적극적으로 발언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이 정치국 비서 직함을 달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김 총비서와 김 부부장의 남매 통치가 공고화되고 있음 또한 방증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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