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대방동 옛 미군기지 자리에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로 들어선 ‘스페이스 살림’ /사진=장동규 기자
여성을 위한 창업의 문이 활짝 열렸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운영하는 국내 최초 여성창업공간인 ‘스페이스 살림’이 시범 운영에 들어가 여성 창업 생태계 조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스페이스 살림은 서울 동작구 대방동 옛 미군기지 자리에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로 지어졌다. 연면적 1만7957㎡로 광화문광장과 맞먹는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10월 준공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공식 개관이 무기한 연기됐다. 계획이 일부 틀어졌지만 다양한 여성 기업의 역량을 높이는 창업지원사업만큼은 멈춤 없이 진행되고 있다.

시민까지 아우르는 여성창업공간

스페이스 살림은 대표자가 여성이거나 직원 수 절반 이상이 여성으로 구성된 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즉 여성 기업을 위한 창업기관인 셈이다.

지난해 기준 97개의 여성 스타트업과 여성 관련 아이템을 보유한 기업이 스페이스 살림에 둥지를 틀고 사업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업을 비롯해 월경 관련 용품 전문 상점, 비건 매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창업자와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스페이스 살림은 입주기업에게 사무실·회의실·녹음 촬영 스튜디오·판매·홍보 등의 공간을 제공한다. 2명에서 15명까지 일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사무실도 보유하고 있다. 
스페이스 살림은 입주기업에게 사무실·회의실·녹음 촬영 스튜디오·판매·홍보 등의 공간을 제공한다. 사진은 강현숙 스페이스 살림 단장. /사진=장동규 기자
강현숙 스페이스 살림 단장은 “공간 제공뿐 아니라 정보 교류와 커뮤니티,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하고 자금지원 연계·판로지원·교육·컨설팅 등 스타트업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는 입주기업이 15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 살림에 입주하기 위한 자격 조건은 창업 7년 미만의 여성기업이다. 다만 남성이 대표인 기업도 여성 근로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거나 성 평등 관점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면 심사를 거쳐 입주 기회가 주어진다. 입주기간은 사무공간에 따라 2년 또는 3년으로 한정돼 있다. 

스페이스 살림은 여성이 일과 삶을 균형 있게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복지시설을 갖추고 있다. 건물 1~2층에는 자녀 동반 사무실·마을서재·마을부엌(공유주방)·카페·몸마음돌봄센터·키움센터 등이 들어섰다. 3~7층에는 옥상정원과 텃밭, 공연장 등이 마련됐다. 특히 입주 기업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뒀다. 시민들은 마을서재에 방문해 책을 읽거나 쉴 수 있다. 공유주방에선 시민들이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소통의 장이 펼쳐진다.

강 단장은 “다른 창업 지원 기관·시설과 달리 스페이스 살림은 1층에 입주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며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입주기업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우려로 현재 공유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모임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대신 쿠킹 클래스 등을 촬영하는 스튜디오로 새롭게 활용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어떻게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 있어도 맘 편히 일해

여성을 위한 창업의 문이 열리면서 여성 창업 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여성 기업은 여성고용률이 남성기업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점에서 여성 경제 활동 촉진과 지위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 활동에 제약이 뒤따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단장은 “투자를 받고자 하는 여성기 업들이 주로 듣는 질문이 있다. ‘결혼은 하셨습니까’ ‘아이는 언제 가지나요’ ‘아이가 몇 살이죠’ 등이다”라며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육아와 가정에 더 많은 신경을 쏟을 것이라는 고정된 시선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여성 창업자는 사업에 몰입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김 단장은 남성 중심의 투자 시장도 여성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벤처캐피털(VC) 투자심사역은 대부분 남성이다. 생리대나 육아 등 여성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업 영역은 남성 심사역이 접근하기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며 “꼭 불평등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사회적인 성 역할 때문에 남성들은 잘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강현숙 스페이스 살림 단장은 다양한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물결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사진=장동규 기자
이에 스페이스 살림은 부모가 일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월 3만원 회원제로 운영되는 아동동반공유사무실이 대표적이다. 아동동반공유사무실은 부모와 유·아동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입주기업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회원 가입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부모가 일하는 동안 아이는 옆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됐다. 회의나 미팅 등으로 급하게 아이를 맡겨야 할 경우 ‘시간제 영유아 돌봄 교실’을 이용할 수도 있다. 부모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돌봄 교실 선생님이 3시간가량 영유아 자녀를 돌봐준다.

강 단장은 아동동반공유사무실 등 다양한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물결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스페이스 살림은 새로운 물결을 만든다는 말을 자주 쓴다”며 “우리의 실험적인 사업 모델이 다른 지역이나 기업으로 확산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