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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내던 A씨(30)는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사업실패, 부모의 이혼, 왕따 등을 겪으면서 우울증을 앓았고 극단 선택을 기도하기도 했다.
20대 초반에는 조현병이 악화해 수 차례 입원치료를 받았다. 2018년 8월 상태가 다소 호전돼 어머니와 살던 집으로 돌아왔지만 환청, 망상, 비논리적 사고 등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사건은 집으로 돌아온 지 2달 뒤 일어났다. A씨는 그해 10월 집에서 어머니가 뱀파이어로 보인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자신의 범행을 목격하고 119에 신고하던 여동생에게도 흉기를 들었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119소방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어머니는 치료 도중 과다출혈로 숨졌다.


A씨는 자신의 행동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뱀파이어인 피해자들이 자신을 잡아먹으려 해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것"이라며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해달라고했다.

1심은 A씨의 뜻대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지만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다수(6명)가 '징역 30년' 의견을 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택했는데 2심에서 형량에 큰 변화가 생겼다.

A씨가 매우 중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조현병으로 인해 판단 능력이 흐려진 상태였고 정신질환 상태도 매우 심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상태를 "망상, 환청 등의 증세와 함께 외부 자극을 현실적, 지속적, 안정적 개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서로 무관한 지각들이 비논리적으로 뒤범벅된 사고 양상을 보인다"며 "실제 대상과 공상을 구분할 수 있는 현실 검증력이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신감정 때 A씨는 "법적인 가족은 모두 뱀파이어지만 기억조작 때문에 가족이 됐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귀가 봉인됐고 얼굴이 여러 번 바뀌었다" "아버지가 어릴 때 나를 산 채로 잡아먹으려 했다" 등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

결국 A씨는 1차적으로 치료감호를 통해 치료할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중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만을 받고 출소하면 사회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책임을 초과한 무거운 형벌을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여동생이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아버지가 선처를 구하는 점도 양형에 고려됐다. 범죄 전력이 없는 점도 참작됐다.

재판부는 "A씨가 정신질환이 있어 재범할 우려가 있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치료감호로 고치면 된다"며 "그다음은 장기간 부착명령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량은 1심보다 18년이 줄어든 징역 12년으로 결정됐고 1심과 같이 치료감호도 선고됐다. 치료감호제도는 정신장애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재범의 위험이 있을 때 치료를 통해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 복귀를 촉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

A씨는 치료 경과에 따라 교도소로 옮겨질 수 있고 치료감호소에서 12년간 있을 수도 있다. 출소 후에는 부착 명령에 따라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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