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만 코미디언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국민 모두 긴장과 고통 속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와중에 민주당을 지지하고 기대하는 분들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를 증가시킨 이번 국민 면접은 그야말로 아사리 판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민주당 대선 경선이 한창인 요즘, 선거엔 흥행이 가장 중요하다는 한 정치인의 말이 처음엔 의아하기도 했다. 영화나 히트상품에서나 떠오를 법한 단어가 정치와 선거에서 쓰이니 말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내 손으로 우리 대통령을 뽑는 일은 민주주의 큰 축제와 같은 것이니 그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재밌으면 좋은 게 당연하다. 경선을 위한 몇 차례의 토론회가 있었다. 그런데 갈수록 재미가 없고 볼수록 실망이다.

민주당 국민 면접을 보면서 갑자기 어린 시절 누구나 했던 끝말잇기 놀이가 떠올랐다. 친구가 얼마나 빠르게 단어를 받아 이어나갈지 조마조마하다가, 머리를 굴리느라 오만가지 상을 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끝말로 인정한다, 못 한다 시비도 그 자체로 재밌었다. 가끔 끝말잇기 하면서 가장 치사하고 못돼먹은 사람들이 있다, 대뜸 시작과 더불어 황당한 단어로 상대가 단어를 못 잇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은 마치 엄청난 승리라도 한 듯 뻐기다가 보는 이들에게 욕먹고 무시당하는 꼴을 보게 된다.

이번 토론회가 그랬다. 시작과 더불어 끝말을 이을 수 없는 치사하고 졸렬한 단어들이 등장했다. 우라늄, 칼슘, 리튬, 여드름… 어떤 좋은 정책이 나올까 기대하며 지켜보던 많은 국민의 기대를 무참히 박살낸 것이다. 몇몇 후보자가 그랬다. 시작과 더불어 오래전 이미 검증이 끝난 낡은 공격으로 게임을 그 자리에서 멈췄고 의기양양해했다. 그것도 한 사람을 대상으로 집요하게 말이다. 본인은 그 게임의 규칙을 잘 이해해서, 필살 질문으로 상대를 당황하게 해서 이겼다고 좋아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지켜보던 많은 국민은 다 알고 있다.


토론자들이 각자의 정책과 소신을 말하고 이에 반박하고, 누구는 허를 찌르고, 보는 이들은 놀라 손바닥으로 자기 마빡을 치고, TV 화면에 대고 구시렁거리며 야유도 보낼 수 있는 형식, 약간은 유익하고, 덜 치사하고, 좀 신선한 방식으로 흥미진진한 흥행은 어렵나 보다.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는데 새롭기는커녕 보는 내내 피곤하기만 했다.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시절, 공부 잘하고 열심히 하는 반 친구는 다들 격려하고 도와줬다. 가끔 그런 친구를 질투하거나 시기하는 애들끼리 모여 왕따시키고 괴롭히다가 일진도 되고 패거리가 되는 경우가 있다. 학생은 공부 잘하고, 정치인은 정책 잘 만들고, 코미디언은 많이 웃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 사람들은 말한다. “요즘 코미디가 재미없어 정치인들이 더 웃기니까”라고. 하지만 웃기는 정치인들과 코미디언은 다르다 비교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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