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재활용을 앞둔 플라스틱 용기들이 쌓여있다. /사진=뉴스1
#. 35도를 웃도는 무더위와 장맛비가 번갈아 찾아오며 테이크아웃 아이스커피부터 탁상 선풍기까지 몸을 식힐 도구를 찾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산책에 나선 시민들은 방역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생수병을 들이키며 더위를 식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되자 식당 앞은 포장 음식을 나르려는 배달 업체 라이더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 이야기 속에서 플라스틱이 없는 장면은 없다. 플라스틱은 생활 속에서 늘 마주한다.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은 2019년 기준 481만톤이다. 몇 번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썩는데 100~500년이 걸린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로 뒤늦게 경각심이 확대되고 있지만 플라스틱 사용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 해양 쓰레기의 80%도 플라스틱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덮치며 플라스틱 사용률은 더욱 늘었다. 지난해 택배·음식 배달이 늘어나며 폐플라스틱 규모는 전년 대비 18.9%, 폐비닐은 9% 증가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라면 봉지·종이컵·가방·샴푸 용기·빨대·포장지부터 심지어 시트 마스크팩·티백·물티슈에도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우리를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해주는 방역 마스크에도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

대책으론 재활용이 꼽힌다. 플라스틱 재활용은 물리적·화학적 재활용으로 구분되는데 물리적 처리공정은 품질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어 재활용 횟수가 제한적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처리 비율은 약 58%다. 다소 높게 보이지만 태워서 연료로 쓰는 에너지회수 물량까지 포함돼 있어 실제 물질 재활용 비중은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화학적 재활용 기술 중에서도 원유의 나프타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에서 다시 원유를 추출하는 ‘열분해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300~500도 열분해… 장난감·포장재서 기름 짜내


플라스틱은 열가소성과 열경화성으로 나뉜다. 열분해 기술에 더욱 적합한 것은 가열되면 부드러워지고 유체가 되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다.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높은 온도에서 굳기 때문이다.

전선 피복·장난감·포장 재료·화장품 용기·주방 용기·단열재와 같은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폴리스티렌(PS) 등이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다. 전화기·자동차 브레이크·실내 난방기·단추, 출입문 손잡이 등 페놀·실리콘·요소 수지 등은 열경화성 플라스틱이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플라스틱은 폴리염화비닐(PVC)이다. 필통·실내화·지우개·가방 등 어린이용품에서부터 가정 내 바닥재·벽지·샤워커튼에 이르기까지 생활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PVC의 문제는 염소가 들어있어 열분해에 마냥 적합하진 않다는 점이다. 염소는 부식성이 강해 설비를 녹슬게 하고 수명을 단축시킨다. 독성도 강하다. 이 때문에 PVC를 재활용하려면 염소를 제거하는 공정이 필요하다.

플라스틱이 선별된 이후엔 본격적인 열화학 공정이 시작된다. 300~350도로 녹인 플라스틱이 400~500도의 열분해(반응·분해) 공정을 지난다. PVC는 용융 과정에서 350도 정도의 열을 가하면 염소를 제거할 수 있다. 열분해 공정의 온도는 이후 생산될 원유의 종류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온도가 높을수록 경질유가, 낮을수록 중질유가 더 많이 나온다. 경질유는 휘발유와 같은 석유 제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중질유에 비해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원유 회수율 30~80%… “플라스틱 성분 따라 달라”

원유통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폐플라스틱은 열을 흡수하면서 오일과 기타 잔류물 등으로 분해된다. 열분해유 생산 과정에서 플라스틱과 비닐에 묻은 흙먼지·음식물 등도 함께 녹기 때문에 불순물 제거가 중요하다. 오염물질이 묻은 채로 열처리·냉각 과정을 거친 후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전처리 과정에서 선별시스템으로 걸러내는 방식이 있다. 공정을 거친 폐플라스틱은 석유화학 제품 원료로 재탄생한다. 원유 회수율은 플라스틱 성질에 따라 달라지는데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80% 이상에 이른다.

독일 바스프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자회사인 사빅, 미국 다우 등 세계적 화학회사는 열분해유 생산에서 가장 앞서 있다. 국내에선 SK이노베이션이 관련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열분해유 불순물을 대폭 줄이는 후처리 설비를 더해 윤활유 용기·세제통·캠핑 박스·옷걸이·식품 포장지 등 다양한 제품에 열분해유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열분해 시설에서 생산된 열분해유는 주로 연료 용도로 활용된다. 폐기물관리법은 발전용 연료와 같은 산업용 에너지원으로만 열분해유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이에 더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상 정유사는 석유 및 석유제품만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생산한 열분해유는 상업 용도로 정제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자원순환의 중요성이 떠오르며 정부 차원에서도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