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북한이 13개월 전 일방적으로 끊었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최근 복구하며 달라진 외교 행보를 걸을지 이목이 쏠린다. 이와 관련 금주 화상으로 개최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안보협의체다. 미얀마·베트남 등 아세안 10개국과 한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대화상대 10개국, 북한·몽골·파키스탄 등 기타 7개국이 모여 지역 안보 이슈를 논의한다.
올해 ARF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된다. 오는 2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ARF를 비롯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에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자리할 예정이다.
북한 외무상은 재작년과 작년 등 2년 연속으로 ARF에 불참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리선권 외무상 대신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 외교관이 ARF 화상회의에 자리했다.
지난 2019년 8월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로 리용호 외무상 대신 당시 ARF 의장국(태국) 주재 북한 대사였던 김제봉 대사가 참석했다. 김 대사는 별도의 발언 기회를 갖거나 입장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북한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ARF 회의에 외무상을 참석시켰다. 그러나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핵무력 고도화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5년 ARF는 의장성명을 내고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를 독려했고, 이듬해 2016년에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특히 북한이 ARF 회의를 한 달 앞뒀던 2017년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시험발사하며, 미국은 북한의 ARF 참가국 자격 중단을 거론하기도 했다. 같은 해 ARF는 의장성명에 '엄중한 우려'를 표했다.
2018년의 경우 북한과 미국 사이의 비핵화 협상이 이뤄지던 시기였다. 당시 ARF는 의장 성명에서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 성명의 신속한 이행에 한 목소리를 냈으나, 협상이 결렬되며 이후 북한은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한과 통신연락선을 복구하는 등 어려운 내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에 고위급 회담에 리선권 외무상이 직접 참석해 별도의 발언이나 입장문을 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은 북미 관계 개선 등의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염두에 둔 행보"라며 "ARF가 화상회의로 진행되는 만큼 북한 고위급이 직접 참석해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한편에서는 북한의 남북 통신선 복구는 남북 간의 합의사항일 뿐 북미관계나 외교 노선과는 별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 속 소득 없는 외교 행보에 나서지 않을 거라는 설명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남북 통신선 복구는 좁은 의미로서는 남북 관계 복원의 신호탄이지만, 좀 더 넓은 의미로 보면 결국은 남북관계를 통해 북미관계로 가겠다는 전략적인 의도가 담겨있다"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한 게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양 교수는 "과거 코로나19가 없을 땐 ARF를 통해 정상적인 외교 활동이 가능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른 만큼 북한이 고위급을 내보내는 등의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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