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반부패 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1일 오전 평강랜드 모회사 ㈜이노의 불법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 따르면 피해액은 3000억원을 상회하고 피해자는 2800명 이상이다.
언론보도와 부산지법 동부지원 확인 등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포천시 소재 평강랜드 부동산에 총 1000억 원대의 추징 및 몰수 보전을 명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이 범죄와 관련된 재산으로 보고 있는 평강랜드 부동산 규모를 1000억원 대로 추산한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추징 보전 금액이 2000억원을 약간 상회했던 것으로만 봐도 이번 사태의 규모와 파장을 짐작할 수 있다. 1000억 대 추징과 몰수 보전은 가히 충격적인 금액이다.
이 사건으로 현재 일당 14명이 검거됐고, 이중 3명이 구속됐다. 구속된 사람은 평강랜드 회장 부부와 포천에서 활동했던 지방 신문사 기자다. 전직 군 장성도 이 사건에 연루돼 있음을 공식 확인했다.
포천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충격적이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한데에는 포천의 지역사회의 특수성에 있다는 지적이다. 군을 포함하여 곳곳으로 파급된 것은 예비역 장성과 지역 주민자치위원 협의회장 연결 고리 역할을 한데에 있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경찰이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7호선 포천연장사업 및 포천시가 추진하는 개발사업 관련 문서는 물론 포천 일대 주둔하고 있는 대규모 군부대의 이전 계획 등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거대한 투기판이 조성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으며, 포천시민을 바보 취급하는 이런 떠돌이 투기 세력은 어디에서 굴러왔나.
시민들의 허탈함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접경지역의 온갖 차별과 희생을 감내하여 받아낸 전철 연장의 과실이, 부동산 투기세력의 손에 고스란히 넘어갔다는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의 내면에는 관·군·언 등 지역 토호세력 간 뿌리 깊은 이권공유 시스템이라는 카르텔이 한몫을 했다.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례로 확인된 것이다.
구속된 유사수신업체 피의자들은 투자자들을 상대로 원금보장을 약정하고, 연평균 30%의 높은 수익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으로 투자자를 유혹했다.
지난 6월 구속된 평강랜드 회장 J씨의 강연록 요지를 보면 답이 있다. "포천은 유럽의 불가리아, 기회의 땅에 투자하라!" 라는 일성이다. 2020년 초 코로나가 유행하기 이전 포천 미래포럼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
물론, 통일시대를 대비해 그동안 시민의 숙원사업인 전철 7호선 연장사업을 유치하고, 포천~화도 간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를 착공하는 등 대규모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 등 사통팔달의 교통 인프라 구축을 토대로 지속 발전 가능한 미래성장형 도시로 도약하고 있는 포천시는 기회의 땅이다.
그간 시민들은 낙후된 포천시를 살리기 위해 ‘전철 7호선 예타(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촉구 1만명 결의대회’를 열어 비로소 지하철 시대를 열며 발전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14만 포천시민이 일군 과실이 투기꾼에 넘어간 것인가? 누가 포천시민들의 희생 쟁취한 전철을 투기의 장으로 만들려고 하나?
이런 예고는 평강랜드가 당시 평강식물원을 인수할 때부터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평강랜드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이노에이엠씨대부(이하 '㈜이노')의 본사는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해 있다. 이 회사는 부실채권을 인수해 매각하거나 부동산 임대매각 등을 주업으로 삼는 업체로, 전국 각지에 굵직한 부동산 투자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J회장은 2017년 수년 간 방치되었던 평강랜드를 인수해 1년 만에 내방객 10만 명을 훌쩍 넘기는 경영 수완을 보여 주기도 했다. 지역사회의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터.
이번 유사수신업체에 많은 피해를 본 사람은 부산시민이다. 충격적인 것은 부산지역 시민들이 거액의 투자를 결심하게 된 계기와 배경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2019년 3월 초 포천에서 열린 포천 관광을 겸한 투자 설명회에 참석한 직후 투자를 결심했다.
평강랜드는 2018년 무렵부터 포천시 곳곳에 부동산을 사들였다. 전철역과 관련이 있는 요지도 있지만, 매매가 이뤄진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포천시청 뒤편의 포천 감리교회 소유 부지 최하 3000평 이상, 관인면 한탄강 근처 부지 3만평 이상, 그밖에 1000평 대 이상의 대진대, 소흘읍사무소 인근 부지를 매수했다.
매입한 땅위 특징은 전철역이 들어설 자리와 인접해 있거나 한탄강 개발 계획과 맞물릴 수 있는 땅으로 추정된다.
또 특이한 점은 군부대를 지나지 않고는 접근할 수 없는 영북면 소회산리 제1기갑여단 인근 수천 평 규모의 군사시설보호지역의 땅도 있다. 이 땅은 미군 주둔지였던 캠프 카이저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5군단 휘하 육군 제1기갑여단의 부지 면적은 100만 평에 육박하는 규모다.
성남시 판교지역과 맞먹는 넓이로 한국군 주둔 부지로는 네 번째로 큰 면적이라는 것이 군 당국자의 설명이다.
영북면 주민들의 설명에 의하면 제1기갑여단 사령부 내에는 산정호수에서 한탄강에 흐르는 지류 하천과 폭포가 있다. 폭포는 길이 80m, 높이 10m 정도로 절경이라는 것이다. 하천의 폭은 30m 정도지만 한탄강과 합류하는 지점에 다다르면 40여 m에 달하는 거대한 협곡이 된다.
그동안 포천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한탄강 권역 종합발전계획을 추진으로 다시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명품관광도시의 성과를 착실히 이루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곳은 캠프 카이저 시절부터 70년 가까이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지역으로 자연경관이 잘 보존돼 있다. 그야말로 절경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목격담이다. 그럼에도 이 땅을 왜 샀으며, 그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큰 의문이 남는다.계획관리지역 등 숨은 땅을 찾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확인한 것만 포천 소재 평강랜드의 토지는 관인면 사정리 3만 3000평, 영북면 소회산리 7500평, 시청 뒤 교회 소유 토지 3000평, 소흘읍사무소 인근 땅 250평, 이동교리 일대 3000평, 대진대 역 부근 2200평 등 도합 5만평에 육박하고 있다.
평강랜드라는 이미지 뒤에 ㈜이노라는 회사를 통해 경매 등으로 부동산 사업에 몰두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추측된다.
당시 평강식물원(평강랜드 전신)와 오랜 인연이 있는 필자의 판단으로 식물원 운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평강식물원도 이런 경영의 어려움으로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공매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을 잘 알면서도 손 댄 것은 부동산 개발을 염두해 인수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평강랜드는 부동산 사업의 배경으로 활용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도 투자와 투기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다 무리수를 두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아직 구체적인 혐의사실이 확인된 것은 없지만, 예비역 장성과 지역 주민자치위원 협의회장, 현직 공무원이 연루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지역사회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으며, 앞으로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서 단죄되지 않고 평강랜드 회장부부가 혹 몰수 보전 이외의 숨은 계획구역의 토지로 다시 재기한다면 다시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번 사건으로 숨은 거대한 관·군, 언론, 지역토호세력의 카르텔을 확인했으며, 아직도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