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2000만원 이하의 대출 원리금을 연체했다가 올해 말까지 다 갚는다면 신용도 하락이나 대출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빚더미에 앉은 서민들을 위한 일종의 ‘신용사면’이 추진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두고 형평성 논란,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보다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 협회·중앙회, 신용정보원과 6개 신용정보회사는 전날(12일) '코로나19 관련 신용회복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개인과 개인사업자 중 지난해 1월부터 올 8월31일까지 발생한 소액연체를 올해 12월31일까지 전액 상환한다면 연체 이력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게 골자다. 소액연체 기준은 2000만원 이하로 책정됐으며 이는 금융회사가 신용정보원이나 신용평가사에 연체됐다고 등록하는 금액 기준을 뜻한다.
이번 지원 방안이 시행될 경우 개인 대출자를 기준으로 약 230만명의 장‧단기연체 이력정보 공유‧활용이 제한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약 200만명의 신용점수(NICE 기준)가 평균 34점 오르고 이들은 신용점수 상승을 바탕으로 대환대출 등을 통해 저금리 대출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신용회복지원 관련 간담회에 참석해 "소액연체자 중 성실하게 전액 상환한 연체 채무를 지원한다면 도덕적 해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발생한 연체이력에 한정해 지원하면 신용질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책의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형평성 문제,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연체이력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주목하기보다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그분들(소액 연체자)이 향후 재기에 성공할 수 있느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서민의 부담을 낮춘다는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선심성'의 일률적 '신용사면'을 해주기보다는 그 이후의 상환 능력 등을 고려한 촘촘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본인의 재무 계획에 맞춰 상환할 수 있도록 '대환대출'을 활성화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서민들의 부담이 늘어나자 정부가 고민 끝에 이런 정책을 내놓게 됐는데 이자를 잘 갚던 사람들은 억울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것 같다"며 "이런 정책이 일반화됐을 때 과연 누가 돈을 제때 갚겠다고 할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오히려 개인의 재무 계획에 맞춰 상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상환기간을 늘려 연체 기록을 면제하는 등의 조건보단 낮은 금리를 제공하거나 장기로 분할해 갚도록 하는 등 대환대출을 활성화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