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데 좋은 환경이 아닌 것 같아요.”
대한민국 아기 울음소리가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월24일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당 낳는 아이 수)은 0.84다. 이는 세계 198개국 가운데 압도적 꼴찌다.
저출산은 생산연령인구 감소를 이끌어 노인 인구 부양 부담으로 작용한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는 2019년에 비해 19만여명 감소했다. 반면 고령인구(65세 이상)는 46만여명 늘어났다. 이에 따라 노령화지수는 132.9, 노년부양비는 23.0으로 증가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린 인구 추세가 지속되면 대한민국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 모양이 된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는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먼저 총인구수 하락은 시장 규모 감소로 경제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생산량 하락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더불어 노인을 부양하기 위한 사회적 부담도 늘어난다.
정부는 이와 같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꾸려 지난 2006년 ‘출산과 양육에 장애가 없는 환경 조성’ 등을 목표로 하는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시작했다. 해당 계획은 ‘삶의 질 향상을 통한 출산율 제고’ 등을 목표로 하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으로 이어졌다. 위원회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관련 예산을 224조6000억원을 쏟아부었고 올해는 46조70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은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 ‘머니S’가 미래에 결혼·출산할 세대인 20대 남녀를 만나 저출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저랑은 관계없는 이야기”… 20대, 저출산 심각하게 인식 안해
취업준비생 우모씨(26·남)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체감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씨는 “정책 홍보가 적어서 그런지 저출산 정책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며 “그나마 알고 있는 육아휴직제도도 회사 사정을 고려할 때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우씨는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지인들은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우씨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과거에는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이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출산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내 삶을 사는 것도 벅찬데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사치”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저출산 문제가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아서인지 나랑은 상관없는 일 같다”며 “당장 내 눈앞에 쌓여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토로했다.
직장인 서모씨(25·여)도 저출산 현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서씨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노동력 감소 등은 국가에 문제가 될 뿐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출산 문제가 와닿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학생 최모씨(24·여) 역시 “국가를 위해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의무감은 없다”며 저출산 현상은 국가 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씨는 현재 저출산 정책이 출산율 제고에 영향을 끼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돌봄 복지는 영향을 줄 수 있으나 단발성 현금 지원은 무의미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출산 계획이 없지만 돌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직장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다면 출산을 고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 방향성에 관해 “한국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데 좋은 국가라는 생각이 들도록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현재 한국은 아이를 양육하는데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일부는 저출산 현상이 개인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직장인 강모씨(29·남)와 양모씨(28·남)는 “국가 공동체 유지를 위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씨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사회적 파급효과를 일으킨다”며 “앞으로 노인 부양을 위해 세금을 많이 납부하고 정작 내가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은 줄어들 것이 염려된다”고 밝혔다. 양씨는 “저출산이 지속되면 생산가능인구와 노년층 등 소비인구의 불균형이 생긴다”며 “경제활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 ‘양질의 일자리’
최진호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20대가 저출산 현상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에 관해 “저출산에서 비롯될 부양 문제가 피부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현재 한국의 총부양비는 OECD 최저 수준이지만 30년만 지나도 최고 수준이 된다”며 “부양부담이 이 수준으로 커지면 국가가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며 “남성에게는 경제적 부담, 여성에게는 낮은 일·가정 양립 가능성이 저출산 핵심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금수준이 높고 육아휴직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저출산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임금수준이 낮아 아이를 잘 기를 수 없고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둬 본인의 커리어를 끝내야 한다면 누가 아이를 낳겠는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