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친문(親 문재인) 의원들이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권주자들의 정책 토론을 제안한 것을 두고 양강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반응이 엇갈렸다.
표면상으로는 정책 토론 제안이었지만 사실상 이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 정책을 검증대에 올리자는 취지로 읽혀서다.
홍영표·김종민·신동근 의원 등 민주당 내에서 친문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1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경선에 참여하는 후보들을 향해 정치개혁과 검찰개혁, 기본소득에 대해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제안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은 대부분 대권주자 캠프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무소속 친문'으로, 친문 연구 모임인 민주주의 4.0 소속이었다.
이들 의원들은 정치개혁과 검찰개혁, 기본소득을 토론 주제로 지목했는데, 초점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에 맞춰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종민 의원은 "기본소득은 상당히 문제점이 많고 당에도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다.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정사실화 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사실상 이 지사의 공약을 저격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 지사에 대한 친문 그룹의 견제가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친문 의원들이 정책 토론을 제안하자 이 전 대표는 반색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기본소득론을 지켜보는 국민과 당원은 불안하다. 그런데도 기본주택·기본대출로 폭주하는 독선은 더 위태롭다"고 이 지사를 직격하며 "'세계 어느 나라도 채택하지 않은 제도', '선거 공약으로 제시해 국가 정책까지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 길에 저도 함께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차기 민주당 정부가 나아갈 길은 정치, 검찰개혁과 양극화 완화라는 말씀, 깊이 공감한다"며 "정치개혁은 계속해야 한다. 진전도 이뤘다. 그러나 검찰개혁은 미완이다. 검찰개혁은 더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양극화 저지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와 함께 '민주당 적통'을 강조해온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정치개혁, 기본소득 본격 논쟁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정 전 총리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처럼 간단한 문답 수준으로 넘어가서는 제대로 된 경선이 될 수 없다는 의원 여러분의 문제 의식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검증하고, 제대로 토론해서 국민께 민주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4기 민주정부 창출의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며 기본소득 정책을 비판해 온 박용진 의원은 "우리당 21분 의원들께서 정책 토론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혀주셨다. 동의하고 환영한다"며 동참 의지를 밝혔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박 의원이 친문 의원들의 제안에 화답하자 이 지사 측도 뒤늦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경쟁 주자들과 친문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 지사 캠프의 남영희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당 차원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연구와 토론이 앞으로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이는 환영한다"면서도 "문재인 정부를 비서실 정부라고 비하하고, 현 국무위원을 마치 허수아비로 여긴 듯한 대목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친문 의원들이 정책 토론을 제안하며 "비서실 정부에서 국무위원 정부로 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남 대변인은 "이낙연 캠프, 정세균 캠프 등에 활약 중인 일부 의원들이 기본소득·정치개혁 논쟁 제안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꼬집으며 "이재명 후보의 공약인 기본소득제에 대해 '어느 나라도 채택하지 않은 제도'라며 논쟁을 제안했는데 제안하시기 전에 사실 관계는 분명히 하셔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본소득제는 핀란드 등 전 세계 39곳에서 관련 실험이 완료됐고 독일, 스페인, 이란 등 17곳에서 현재 진행 중"이라며 "기본소득제는 생산력이 월등히 높아진 현대 사회에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대비책"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우군으로 불리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충정어린 토론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기본소득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추 전 장관은 정책 토론 주제로 '검찰개혁'을 앞세웠다.
추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개혁은 이미 충분히 토론이 이뤄진 바 있고 지난 TV토론 이후 여러 대선 후보들께서 연내 통과를 약속한 바 있다"며 "검찰개혁 법안의 조속한 통과에 앞장 서주시기를 거듭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그간 추 전 장관이 이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개혁에서 후퇴했다고 비판해 온 만큼 정책 토론을 계기로 이 전 대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추 전 장관 캠프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기본소득은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지 우리가 정책 검증단이 아니다"며 "추 전 장관의 메시지는 검찰개혁 부터 빨리 하자는 뜻"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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