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배임교사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립각을 세우며 결과적으로 총장직 사퇴의 한 원인이 됐던 월성원전 평가조작 수사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전망이다.
수심위는 18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넘게 회의를 열고 수사계속 여부에 찬성 0명, 반대 15명으로 수사 중단을, 배임교사 혐의 및 업무방해교사 공소제기 여부에 찬성 6명, 반대 9명으로 불기소를 권고했다.
이날 수심위는 백 전 장관에게 배임교사 혐의를 적용할지를 두고 수사팀과 대검이 이견을 보이면서 열렸다.
수사팀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백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조작한 경제성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월성 1호기를 가동 중단시켜 한수원에 1481억원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며 백 전 장관에게 배임교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으나 김오수 검찰총장은 직권으로 백 전 장관 혐의에 대한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며 제동을 걸었다.
결국 수사팀은 배임교사 혐의를 제외하고 백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만약 수심위가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 추가기소를 권고하고 이에 따라 백 전 장관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한수원의 모회사인 한국전력 주주들이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인 백 전 장관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수심위가 배임교사 혐의 불기소를 권고하며 백 전 장관의 손을 들어주면서 백 전 장관은 물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온 정부도 부담을 덜게 됐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타격을 피하게 됐다. 김 총장은 수사팀의 기소를 한달이 넘게 승인하지 않고 수심위 소집을 결정한 이후에도 통상 2~3주 걸렸던 소집절차를 한 달이 넘도록 진행하지 않아 수사팀의 배임 주장에 맞설 대응 논리를 마련하기 위해 고의로 시간을 끌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수심위가 백 전 장관에게 배임교사 혐의를 적용하라고 권고할 경우 김 총장으로선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수심위가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김 총장도 난처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해 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청와대 등 '윗선'으로 가는 연결고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월성원전 수사지휘 과정에서 "음으로 양으로 굉장한 압력"을 받아 총장직을 유지할 수 없었다며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결국 월성원전 사건, 정부의 탈원전과 무관치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최 전 원장도 월성원전의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고 정부·여당과 갈등을 빚으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최 전 원장은 대선 출마선언문에서도 "잘못된 이념과 지식으로 절차를 무시하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검찰은 수심위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총장이 직접 수심위를 소집한데다 수사중단이 만장일치로 의결된 상태에서 수사팀이 수사와 기소를 강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수사를 지휘했던 이두봉 대전지검장이 6월 인사에서 인천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수사팀이 교체되면서 청와대 등 윗선에 대한 규명도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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