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임호원.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 뉴스1

(도쿄=뉴스1)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신유빈(탁구) 여서정(체조) 김제덕(양궁) 황선우(수영) 등 2000년 이후 태어난 'Z세대'의 반란이 있었다.
올림픽이 주는 긴장감을 오롯이 즐길 줄 알고, 자신의 일을 무엇보다 사랑하며, 세계적인 실력에 거침없는 언변까지 갖춘 막내들은 대한민국을 매료시켰다.

도쿄 올림픽의 열기를 이어받은 도쿄 패럴림픽 현장에도 눈에 띄는 막내들이 있다. 총 86명의 대한민국 선수단 중 20대는 15명뿐. 하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햇살처럼 눈부시다.


◆ 임호원 "테니스 사상 첫 메달 목표"

"어휴, 대선배님이시죠."

도쿄 패럴림픽 출국을 앞두고 이천선수촌에서 만난 프로야구 선수 출신 휠체어테니스 선수 김명제(34·스포츠토토)에게 '띠동갑 한솥밥 동료' 임호원(22·스포츠토토)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임호원도 "그렇죠. 휠체어테니스는 제가 선배죠"라며 씩 웃었다. 11세 때 휠체어테니스를 처음 시작했고 최연소 국대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도 다녀왔으니 구력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선배'임에 틀림없다.


임호원은 2013년 아시아장애청소년대회서 대한민국 휠체어테니스 사상 첫 은메달을 따냈고, 2015년 16세에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듬해 리우 패럴림픽에 참가했고, 2018년 자카르타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임호원은 '올림픽 때 테니스를 봤냐'고 묻자 당당하게 "테니스는 못봤고 김연경 선수(배구) 봤어요"라고 한다.

그러면서 "5년 전 첫 리우 때는 어렸다. 와일드카드로 운 좋게 갔는데 그때는 아무 것도 몰랐고 긴장도 많이 했다"며 "이번에는 자력진출이니까 색깔 상관없이 꼭 메달을 딸 것"이라고 호언했다.

임호원의 강점은 휠체어링과 포어드라이브. 능수능란한 휠체어 기술 역시 단순히 어릴 때부터 많이 타서 만은 아니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순발력, 그리고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영리한 운동지능이 발군이다.

2006년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기 전까지는 달리기도 잘하고 축구를 좋아했다는 임호원은 재활 중에 운명처럼 테니스를 접하게 됐다.

임호원은 "재활하던 병원에서 옆침대 할아버지 보호자분이 라켓을 주면서 한번 해보라고 했다. 퇴원 후 배우기 시작했는데 움직임이 멋있었다"며 입문기를 풀어놨다.

비장애인 테니스 스타인 정현(25)과는 삼일공고 3년 선후배 사이다. 좋아하는 선수는 로저 페더러를 꼽은 임호원은 테니스 선수로서 다부진 목표도 전했다. 그는 "장애인, 비장애인 테니스를 통틀어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없기에 한국 최초의 테니스 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양궁 국가대표 김민수. (장애인체육회 제공) © 뉴스1

◆ '궁사' 김민수 "'쫄지마! 대충 쏴' 의미 이해하죠"
김민수(22·대구도시철도)는 조용하다. 말수는 적지만 할 말은 한다.

생애 두 번째 패럴림픽에 나서는 김민수는 열 살 때 친구와 놀다 건물 담벼락이 무너지며 두 다리를 잃었다. 어머니가 사격, 양궁을 권했는데 '활이 신기하고 멋져보여서' 양궁을 택했다고 한다.

양궁을 택한 이유는 단순하지만,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2018년 체코에서 열린 세계랭킹 토너먼트 리커브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2019년 네덜란드 세계 장애인양궁선수권 리커브 오픈에서 662점을 쏘며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김민수는 "그때 세계신기록을 쐈지만 스스로 만족하진 못했다. 패럴림픽이 연기되면서 연습할 시간이 늘어나 더 좋았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 기간엔 같은 마음으로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역시 혼성전(안산-김제덕)이었다. '대회 3관왕' 안산이 슛오프 때 중얼거렸다는 '쫄지마, 대충 쏴!'를 이해하냐는 질문에 김민수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는 "부담없이 상대 선수 생각하지 말고 내 것을 하자. 점수가 몇 점이든 자신 있게 쏘자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저렇게 자신감 있게, 꼭 메달을 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패럴림픽, 목표는 확실하다. 김민수는 "대표팀의 목표는 개인, 혼성, 단체전 전 종목 메달이다. 개인 목표는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은메달"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탁구 '신유빈'이 있다면 패럴림픽엔 '윤지유'가 있다

'2000년생 탁구선수' 윤지유(성남시청 장애인탁구팀)는 이미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다.

5년전 16세에 첫 출전한 리우 대회에서 서수연, 이미규 등 걸출한 선배들과 함께 여자단체전(TT1-3)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탁구 국가대표 윤지유. (장애인체육회 제공) © 뉴스1

도쿄 올림픽 스타 신유빈과 비슷한 나이에 출전한 리우 대회에서 첫 패럴림픽을 온전히 즐긴 것이다.
윤지유는 3살 때 흉추 3번 혈관이 터지는 혈관기형으로 하반신 마비가 생겼으나 중학교 2학년 때 수원복지관에서 탁구를 만나면서 인생길이 달라졌다.

2015년 벨기에 오픈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고,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고 패럴림픽 메달까지 따냈다.

두 번째 패럴림픽이지만 그는 여전히 대표팀 막내다. 그런 막내가 2개 대회 연속 여자 단체전 메달에 도전한다. 개인전에서도 메달을 따 리우 대회 개인전에서 4위에 그친 아픔도 떨칠 참이다.

윤지유는 "도쿄 대회에서는 개인과 단체전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개인전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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