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단순 외래진료 이력 등을 이유로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사례가 사라지게 됐다. 가입기준을 완화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삼성화재와 교보생명, 한화생명이 이달 초 4세대 실손보험 가입기준을 변경한 것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최근 2년 동안 진단, 수술, 입원, 장해, 실손 등 명목으로 받은 보험금이 모든 보험사를 합쳐 50만원을 초과하면 실손보험에 받아주지 않는다는 기준을 완화했다. 50만원을 초과하면 가입을 거절했던 것을 100만원으로 높였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실손보험 가입 기준을 낮췄다. 최근 2년 이내에 외래진료 이력이 있거나 재발률을 가진 병력이 있으면 가입을 거절했던 것을 4년으로 늘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단종하는 회사도 있는데 실손보험 가입기준을 높였다고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건 억울하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만 등을 고려해 가입기준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앞서 3개 보험사는 실손보험 가입 기준을 대폭 상향해 소비자 반발을 샀다. 가령 2년 이내 경미한 증상에 대한 외래진료만 받아도 실손보험을 가입 못 하게 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가입 기준을 대폭 상향한 것은 막대한 손실 때문이었다.
실손보험은 2016년 이후 5년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에서만 2조5008억원의 손실을 봤다. 발생손해액에 실제 사업비를 더한 뒤 이를 보험료 수익으로 나눈 합산비율(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친 비율)은 123.7%를 기록했다. 합산비율이 100%를 넘긴 것은 보험사가 해당 비율만큼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팔수록 손해를 보는 탓에 올해만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등 3개 보험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7개 보험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한 것까지 감안하면 총 10개 보험사의 실손보험이 사라진 셈이다. 보험업계에서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를 막으려면 가입 조건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던 이유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한 특정 사유 없이 비합리적 기준으로 계약 인수를 거부하는 것은 보험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실손보험 인수 지침상 보험사는 위험요소별 위험보장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합리적 근거'와 '구체적 기준'으로 계약 인수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비합리적 근거로 피보험자의 실손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임의로 인수지침을 운영한다면 보험업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를 근거로 금감원은 보험사 측에 '임의적인 인수지침 운영 시 수입보험료 최대 50% 이하 과징금 부과 및 임직원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