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에서 고객들이 아이폰12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 A씨는 수리보장 프로그램 ‘애플케어플러스’(2년 보증)에 2019년 7월 가입한 ‘아이폰XS’를 보증기간 내인 지난해 9월에 액정 파손으로 지정 서비스센터에 방문해 AS(사후서비스)를 요구했다. 그러나 애플 측은 ‘무단 개조돼 수리불가하며 애플케어플러스를 포함한 모든 보증 적용이 어렵다’고 거부했다. A씨는 ‘애플케어플러스’에 가입했고 무단 변조, 사설 수리, 분해한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수리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무상 보증을 요구했다.

애플의 폐쇄적 AS 정책이 소비자 수리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근 미국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회 김상희 부의장(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경기 부천병)은 휴대폰 수리권을 보장하는 ‘소비자 수리권 보장법’을 13일 발의한다고 밝혔다.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해당한다.


이 법안은 휴대폰 제조업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휴대폰 수리에 필요한 부품·장비 등 공급·판매를 거절하거나 지연하는 행위 ▲휴대폰 수리를 제한하는 소프트웨어(SW) 등을 설치·운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위반 시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조사 후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다.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애플의 폐쇄적인 AS 정책에 제동을 가하기 위해 ‘미국 경제의 경쟁 촉진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소비자가 자가 수리 또는 제3자를 통해 수리한 제품에 대해 제조업자가 AS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행정명령은 지난 7월 서명 즉시 발효됐다.

김 부의장은 이처럼 국내에서도 휴대폰 수리권을 보장함으로써 소비자 이익 저해를 방지해야 한다며 발의 의의를 밝혔다. 휴대폰이 고가의 제품임에도 AS가 취약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단말기 제조업자가 소비자 수리요청을 하자와 무관한 사유로 거부하진 못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석에 따르면 휴대폰뿐 아니라 태블릿에도 적용될 수 있다.


김 부의장은 “최근 LG 휴대폰 사업 철수로 국내 단말기 시장은 애플과 삼성의 독주 체제가 됐다. 특히 애플의 폐쇄적인 수리 정책이 소비자 수리권을 크게 저해하는데 이로 인해 국민 가계통신비 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개정안이 통과돼 국내 소비자가 해외 소비자와 동등하게 휴대폰 수리권을 보장받고, 휴대폰 수리 시장 경쟁 활성화로 경제가 증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