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MMORPG 중심의 국내 게임시장… 확률형아이템 논란에 ‘흔들’
국내 게임시장은 모바일게임 매출 의존도가 높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모바일게임의 매출액은 7조7399억원으로 전체 게임시장에서 49.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21년에도 모바일게임은 고성장을 지속하며 매출액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게임업체들이 어엿한 기업군으로 자리잡은 데에는 이런 모바일게임의 기여도가 컸다. 2007년 정체기를 맞았던 PC 온라인 게임시장이 2009년 스마트폰 모바일게임으로 급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처음으로 PC 게임시장의 규모를 넘어선 모바일게임은 국내 게임시장의 주축이 됐다. 모바일 기기의 편리한 접근성과 하드웨어 사양의 향상에 힘입어 소위 3N으로 불리는 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은 PC에서 인기를 얻은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모바일 MMORPG를 양산해냈다. 오늘날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는 ‘장르 쏠림현상’의 시작이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가 지난 8월 발표한 3대 모바일 앱마켓 통합 매출 순위에 따르면 ‘톱10’에 이름을 올린 국내 게임 7개 중 6개가 MMORPG였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MMORPG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각각 2017년, 2019년 출시 직후부터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출시된 MMORPG 외 장르의 게임 가운데 ‘톱10’에 랭크된 게임은 ‘0개’ 였다.
특정장르로 편중된 모바일게임 탓에 국내 게임시장은 불안정한 형태를 띄었다. 일정 수익을 보장하며 오랜 기간 업계의 흥행공식으로 통했던 MMORPG의 비즈니스모델(BM) ‘확률형아이템’은 몇 달 새 게임에서 최대한 배제해야할 요소가 됐다. 사행성 논란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려도 견고한 위치를 자랑하던 엔씨소프트는 최근 신작 MMORPG 블레이드&소울2 출시 이후 그야말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2월8일 장중 104만8000원까지 치솟으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엔씨의 주가는 6일 기준 56만5000원까지 폭락했다. MMORPG에 대한 이용자의 반감과 피로도가 극에 달한 영향이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국내 게임사가 MMORPG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개발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MMORPG 장르의 모바일 게임이 국내 게임산업 성장을 견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소위 양산형 게임이라 불리는 모바일 MMORPG 개발 편중 해소와 게임 생태계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진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게임전공 교수도 “국내 게임산업은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충성도 높은 유저층을 바탕으로 사업의 ‘확률형아이템’이라는 BM을 발전시켰다”며 “하지만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게임 플랫폼에서조차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줄어드는 K-게임 입지… “혁신적 도전 필요한 상황”
국내외에서 K-게임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새로운 경쟁력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이 입지는 줄고 있다. 2019년 기준 한국 게임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전년보다 0.1% 줄어든 6.2%로 ▲미국(20.1%) ▲중국(18.7%) ▲일본(11.8%) ▲영국(6.3%) 등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외산게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3대 모바일 앱마켓의 8월 통합 매출 순위 ‘톱10’에는 중국 게임 3개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중국 게임업체 미호요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역할수행게임(RPG) ‘원신’은 지난 7월까지도 꾸준히 톱10에 들며 그 영향력을 입증해 보였다. 원신은 지난달 9일 엔씨소프트가 전달 26일 출시한 블레이드&소울2를 제치고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게임은 기술력부터 콘텐츠·BM 등 모든 부분에서 국내 게임 대비 1~2년 앞선 것으로 시장에선 파악하고 있다”며 “게임시장 트랜드 파악과 대응이 빠르고 출시 편수도 많을 뿐더러 다양한 시도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게임도 최근 1~2년 사이 빠르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장르 편중화에 피로감을 느낀 국내 이용자들 역시 색다른 형태의 게임을 찾아 나섰다.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은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와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 인기 타이틀의 판매 확대에 힘입어 2018년과 2019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가운데 이런 상승세는 향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학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게임산업의 매출 변화가 반영된다면 보편화된 게임 경험을 토대로 한 시장 확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도 이런 이용자들에 요구를 파악하고 새로운 장르 및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펄어비스가 지난 8월 게임스컴 2021에서 처음 선보인 ‘도깨비’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Creature-collecting open world action-adventure)라는 새로운 장르로 해외 사용자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펄어비스는 차세대 신형 게임엔진으로 현실과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화려한 오픈월드를 구현할 예정이다.
김영진 교수는 “한국 게임산업의 추가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의 게임산업계를 중심으로 더 다양한 게임 플레이를 더 많은 장르와 플랫폼을 통해 더 다양한 기술과 표현방법으로 제공하는 혁신적인 도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게임을 사회악의 일종으로 간주하는 국민 여론을 개선하고 기존의 규제 중심의 정부 정책을 진흥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점도 국내 게임산업이 가지는 오랜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