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서울시의회 110석 중 99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 내년 예산에 소상공인·중소기업 손실보상금 1조5000억원 편성을 요구하면서 서울시와 민주당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거액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8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민주당은 44조원 규모의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에 소상공인·중소기업 손실보상금 1조5000억원을 포함해 코로나19 일상회복 예산 3조원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김호평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예산안에 소상공인 관련 예산이 일부 포함돼 있으나 실제 집행 시기나 시도별 지원대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서울시에서 선제적으로 지원이 시급한 대상에게 긴급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금은 내년도 정부예산에서 2조2000억원 편성됐다. 정부안 1조8000억원에서 4000억원 늘어났다. 시의회 민주당이 요구한 1조5000억원에서 3조원은 정부의 손실보상금과 유사하거나 큰 규모다.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소상공인을 보살피자는 취지에는 100% 공감하고 오세훈 시장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누구보다 적극행정을 펼쳐왔다"면서도 "손실지원금 지급에는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28조에 따르면 시장은 의료기관이 감염병관리시설로 사용됨에 따라 손해를 입은 의료기관의 경영자와 소독이나 그밖의 조치로 손해를 입은 건물의 소유자에게 예산의 범위에서 그 손해에 해당하는 비용을 보상해야 한다.
다만 이 조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직접 지원하는 근거로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의회 민주당은 조례 제·개정을 추진해 손실보상금 지급 근거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1조5000억원 이상의 예산 요구가 과도하다는 불만도 터지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44조원 예산인데 최대 3조원을 넣으라는 건 사실상 예산을 다시 짜라는 말"이라며 "그동안 예산으로 고생한 직원들 입장에선 황망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 공약사업인 지천 르네상스, 안심소득, 서울형 헬스케어, 서울런, 청년 대중교통 요금 지원 등의 예산이 전액 삭감됐고 협의 여지도 적어 보이는데 무리한 요구 아닌가"라며 "시의회가 지나치다는 생각도 든다"고 비판했다.
시의회 민주당은 서울시가 손실보상금 관련 예산을 추가적인 채무 발생 없이 조달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 2020 회계연도 결산에서 지방세수입이 3조8406억원 발생한 데 이어 올해는 3조8435억원이 예상된다.
김호평 위원장은 "초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세 중 일부는 법정전출금으로 자치구나 교육청 등으로 전출해야 하지만 2022년도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상당 규모의 여력이 있다"며 "2020년도에는 결산 전에 일반회계 순세계잉여금을 선제적으로 세입처리한 선례가 있어 절차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의회 민주당의 요구가 순수하게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돕는 것을 넘어 '오세훈 흔들기'의 일환이라는 의심도 제기된다. 시의회와 무상급식을 놓고 다투던 10년 전과 유사하게 '오 시장이 소상공인 지원에 소극적이다'라는 메시지를 노린 것이라는 데서다.
이창근 대변인은 "오 시장은 업종별 맞춤형 서울형 상생방역을 추진했었고 4무(無) 대출을 조기에 시행할 정도로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서울시가 소상공인을 돕지 않겠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오는 16일 예정된 본회의까지 최종 예산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법적으로 시의회는 시가 제출한 예산을 깎을 수 있으나 증액 편성은 서울시 동의가 필수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손실보상금 편성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2011년에 시의회는 시장이 거부한 무상급식 관련 증액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오 시장은 예산 집행을 거부했었다"며 "이후 결국 오 시장이 사퇴하는 사태로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를 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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