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K2인터내셔널코리아의 홈페이지. 올해 연말로 국내 지사 활동을 종료한다는 공고가 올라와 있다. © 뉴스1

"사실 매년 어려웠죠. 어찌어찌 버텨온 겁니다."
국내에서 은둔형 외톨이 청년을 지원해온 사회적 기업 'K2인터내셔널'(K2)의 국내 지사가 문을 닫는다. 1989년 일본에서 설립돼 2012년 한국에 지사를 낸 K2는 활동 기간 동안 사실상 국내 유일의 은둔형 외톨이 지원 단체였다.

지난 20일 뉴스1과 만난 오오쿠사 미노루 K2 코리아 슈퍼바이저는 한국에서 철수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자금' 문제가 가장 컸다고 했다.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생활시설 마련, 교육·상담 프로그램 운영 등에 비용이 필요하고 '기업'이라는 특성상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는데 녹록지 않았다.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처음 수년간 일본에서 투자가 있었고 이후에는 식당 운영 등 자체적인 사업을 벌여봤지만 아슬하게 운영이 가능할 정도였다.


2019년부터 '청년재단'으로부터 은둔 청년 관련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흑자를 예상하기도 했지만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회사 수익의 절반 가까이가 은둔 청년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식당 운영을 통해 마련됐는데 코로나19로 손님이 뚝 끊겼다.

미노루씨는 자체 사업을 하는 것이 어려우니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시행하는 용역 사업 등을 맡아봤지만 역시나 회사에 이익을 만들어 주기는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지원금을 받아서 하는 사업은 이걸 내부 인건비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라며 "사회적 기업도 고용을 해야 하는 기업인데 그 사람 인건비는 어떻게 하나. 결국 자원봉사 같은 걸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서울시 청년청 은둔 청년 지원사업'을 총괄하면서 경험했던 고충도 털어놨다. "8개월간의 사업 기간 중에 예산이 6500만원이었다. 두사람을 고용해서 한사람 당 인건비 200만원을 준다고 하면 벌써 3200만원, 반이 날아간다"라며 "주어지는 과업은 많은 데 사람은 고용하지 못했다. 결국 한사람만 고용해야 했고 나머지 활동은 프로그램으로 돌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은둔청년 '일본' 52만명 '한국' 37만명…인구 비율로는 한국이 더 심각

미노루씨는 9년간의 활동을 통해 한국 내에서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올려낸 성과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저희가 한국에 오기 전에는 은둔형 외톨이라고 하면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관심도 없고 안 알려진 존재였다. 그동안 활동으로 이 문제가 알려지게 됐고 관련 정책도 생기고 조례도 생겼다. 또 저희를 기반으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연대도 만들어지고 부모 모임도 만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사회가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대해 갖는 경각심이 여전히 부족하고 사회적 관심과 지원 수준도 미비하다고 언급했다. 미노루씨는 "일본도 이제야 이 문제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잡혀가는 정도인데 한국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한다는 개념이 제대로 만들어진 게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는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오오쿠사 미노루 K2 코리아 슈퍼바이저가 지난 20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나 K2의 은둔형 외톨이 지원사업을 설명하고 잇다. © 뉴스1

한국보다 먼저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직면한 일본은 최근 관련 지원 사업들을 개설하며 대처에 나서고 있다. 또 최근 일본에서는 1980년대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것을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반면교사할 수 있는 내용이다.
미노루씨는 은둔형 외톨이가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한 일본보다 한국의 상황이 심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39세 이하 은둔 청년이 52만명이라고 나오는데 한국은 37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구 비율로 따지면 한국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8~34세 청년 35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청년 사회·경제 실태 및 정책 방안 연구' 내용에서 응답자의 3.4%인 112명이 평소 외출 정도에 대한 질문에 '집에 있지만 인근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청년 인구 1100만명 가운데 3.4%인 37만명이 은둔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이 나온다.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18세 미만 청소년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더욱이 은둔 청년의 이슈는 청년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은둔한 청년들이 나이가 들어도 사회로 복귀하지 못한다면 중장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2019년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0~64세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의 수는 61만명 정도다. 미노루씨는 일본에서 몇 년 전까지 80대가 된 부모가 50대인 은둔형 외톨이 자녀를 돌보는 현상이 대두돼 '8050문제'라고 불렸는데 이제는 시간이 더 흘러 '9060문제'라고 부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나약해서 운둔하는 것 아니야…사회 구조의 문제 고쳐야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미노루씨는 청년들의 은둔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은둔이라는 것은)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청년들이 약하거나, 게으르거나, 도전 정신이 없어서 은둔을 택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외부적 요인으로 일종의 장애와 병을 얻는 것처럼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또 그는 청년들이 은둔을 선택하는 배경에는 사회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가 '돈'이나 '명예' 등 획일화된 성공의 기준을 청년들에게 강요하면서 이를 달성하지 못한 청년들이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분류되고 결국 스스로 사라지는 것을 택한다는 것이다. 미노루씨는 "사람의 가치를 측정하는 다양한 가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은둔하고 있는 청년, 그리고 고립되고 있는 청년들이 사회에 던지고 있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이 K2에서 제공하는 일경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식당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K2인터내셔널 제공) © 뉴스1

그는 은둔형 외톨이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멀쩡해 보이는 청년들도 은둔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노루씨는 "일상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도 고독이나 아픔을 느낄 수 있어요. 언제 가치 없는 사람으로 전락할지 모르니까요. '나도 지면 끝이다'라는 생각에 아주 불안해 합니다"라며 "사회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몇백만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계속 생겨 날 수 있다"고 예단하기도 했다.
사회 구조적 문제에 더해 미노루씨는 이런 사회 구조가 그대로 가족 내에서 투영돼 청년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에 이어 가정에서도 획일화된 성공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반복되고 있다며 청년들은 집안에서 조차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무의식 중에 스스로를 부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K2는 은둔청년들이 사회적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공동 생활'의 경험을 제공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여러 연습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청년들은 K2가 제공하는 생활시설에서 함께 방을 치우고 식사를 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방법 배웠다. 약 400명이 상담을 받았고 60여명이 공동생활을 거쳤다. 미노루씨는 K2가 청년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며 "내가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K2를 거쳐간 청년들은 시행 착오를 겪었지만 사회에 복귀하게 되면서 9년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중 일부 청년들은 '은둔고수'라는 이름의 새로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지금까지 K2가 해왔던 사업들을 일부 이어받아 운영할 계획이다. 미노루씨는 9년간 한국에서의 활동 중 가장 큰 성과가 무엇인지 묻자 자신들의 일을 이어나갈 '사람'이라는 자산을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