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을 부대에 보고하지 않아 강등된 군인이 소송을 제기해 2심에서도 승소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1부(부장판사 권기훈 한규현 김재호)는 지난 22일 부사관 A씨가 수도방위사령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 전력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강등처분을 내리는 것은 징계의 정도가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했다.
A씨는 육군 하사로 임관해 근무하다가 2006년과 2009년에 음주운전으로 각각 벌금 200만원,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씨는 두 차례 음주운전이 적발됐을 당시 직업이 없다고 진술하거나 배달업에 종사한다고 진술해 군인 신분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3월~5월 감사원의 국방부 기관운영감사가 실시되면서 A씨의 음주운전 전력이 드러났다.
부대는 2009년부터 매년 발령된 '부사관 진급 지시'에 따라 민간 사법기관에서 형사처분을 받은 경우 이를 보고해야 하는데도 보고하지 않았다며 A씨에게 2019년 12월 강등징계를 내렸다.
부대는 A씨가 보고의무를 위반해 인사와 법무 계통의 각종 조치와 관련한 불이익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1월 강등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형사처분을 받은 사실을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가치적·윤리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단순한 사실관계의 확인과 관련된 것"이라며 "양심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감사원이 범죄경력 조회사유가 없는데도 위법하게 조회했다는 A씨의 주장을 두고도 "감사원이 법을 위반하면서 범죄경력자료를 조회했다는 것은 주관적인 추측에 불과할 뿐 이를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강등' 징계는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의 대상이 된 A씨의 행위는 범죄에 따라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이지 음주운전 행위 자체가 아니다"라며 "각 음주운전 및 이로 인한 형사처벌은 징계 당시 최소 약 10년이 경과한 것으로 그 자체에 대한 징계시효는 이미 도과한지 오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10년간 성실히 군 복무를 해 얻은 지위를 다시 이전으로 박탈하는 무거운 징계처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처분을 통해 달성될 수 있는 공익에 비해 A씨의 불이익이 작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A씨는 각 음주운전 이후에는 10여년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이 없고 징계 절차에 있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수도방위사령부 측은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음주운전 행위와 보고의무 위반이 함께 징계사유가 된 경우에도 강등 처분에 그친 사례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지난 22일 음주운전 전력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은 부사관 2명에 대해서는 징계가 적법하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각각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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