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만료를 앞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대표이사(CEO)들의 연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각 사
임기만료를 앞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대표이사(CEO)들의 연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대부분 전문경영인이거나 오너가(家)로서 제약·바이오산업 특성상 연임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연구개발 프로젝트 기간이 길다는 점과 오너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점 등 신뢰가 두텁다는 것도 연임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등기임원 임기만료를 앞둔 CEO는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 ▲우종수 한미약품 대표 ▲이성열 JW중외제약 대표 ▲장두현 보령제약 대표 ▲장홍순·최용주 삼진제약 대표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름순) 등 17명이다. 대표이사 재선임 여부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한 사내이사 선임과 이사회를 통한 대표 선임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장기간 프로젝트·보수적 기업문화… 연임 ‘무게’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56)는 2018년 3월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셀트리온그룹 창립멤버로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과 신뢰가 두터운 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의 유럽 진출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연임 관전 포인트는 약가 인하 정책에 따른 대응책을 어떻게 세우는 지다. 최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약가 인하 영향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 전망에 먹구름이 꼈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력 제품인 트룩시마의 약가가 인하되면서 회사 평균이익률(기존 20%대)이 15%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밸류에이션을 하향한 바 있다.

우종수 한미약품 대표(54)도 연임이 유력하다. 생산본부 전무와 부사장직 등을 거치며 13년째 한미약품에 근무 중인 우 대표는 2017년 3월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신제품 개발과 생산업무를 포함한 경영관리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공동대표인 권세창 대표(58)는 신약개발부문을 담당한다.

2019년 JW중외제약 대표에 오른 이성열 대표(59)는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된다. 그는 회사 연구개발(R&D)에 특화된 인재인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경희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강원대에서 약리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JW중외제약은 아토피 피부염·통풍·탈모 등 의료 미충족 영역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R&D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JW중외제약의 신약기술에 남다른 애정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최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여한 것과 관련 “JW의 원천기술과 다양한 혁신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해외 제약사와 투자자의 많은 관심이 기대된다”며 “JW 연구개발 역량이 또 다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령제약 ‘오너 3세’에 자극… 젊은 임원 발탁 전망도

오너 중심의 제약사인 일동제약·GC녹십자 등에서는 CEO 연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54)와 허은철 GC녹십자 대표(49)는 그동안 대표이사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는 창업주 고(故) 윤용구 회장의 손자이면서 윤원영 현 회장(83)의 장남이다. 지난 1일 대표이사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GC녹십자의 허 대표는 2015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허 대표는 창업주인 고 허채경 회장의 손자이자 2009년 타계한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으로 서울대 식품공학과와 코넬대를 거쳐 1998년 녹십자 경영기획실에 입사했으며 이후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하며 회사의 연구·개발을 주도했다.

보령제약은 최근 이사회를 갖고 보령제약 사장에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 과정을 거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선 지난해 8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장두현 대표(45)와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균 신임 사장은 창업주인 김승호 회장의 손자로, 1985년생이다. 2014년 보령제약에 이사대우로 입사해 전략기획팀, 생산관리팀, 인사팀장을 거쳤다. 2017년부터 보령제약 등의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의 사내이사 겸 경영총괄 임원으로 재직하다 2019년 보령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제약업계는 그동안 다른 업종에 비해 전문경영인의 교체가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 대부분 오너 중심의 회사들이어서 기업문화가 다른 업종에 비해 보수적인 편이다”며 “오너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전문경영인이 장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2세나 3세로 경영권이 확실히 넘어간 기업의 경우 대표이사에 대한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때문에 이번 보령제약의 ‘오너 3세’ 인사에 주목하는 시선이 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다른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면서 전문경영인에 대한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제약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올해는 젊은 임원들이 대거 발탁되는 등 파격적인 인사도 나타날 수 있다”면서 “과거와 달리 인사를 예측하는 데 일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