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재택치료라기보다는 하루에 한 통 안부전화를 받은 것 같았어요."
지난달 중순 확진 판정 후 열흘 간 재택치료를 받았던 20대 직장인 A씨의 말이다. 보건소에서는 매일 1~2차례 전화로 확진자 건강을 확인하고 체온계와 감기약, 해열제 등을 보냈다. 심각한 증상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격리에서 오는 우울함은 어쩔 수 없었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26일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만3012명을 기록했다. 설 연휴를 기점으로 2만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는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하는 특별방역대책을 시행 중이다. 현재 추세라면 앞으로 재택치료에 들어가는 경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재택치료자들 사이에서는 현재 재택치료 방침으로는 동거인까지 감염될 우려가 높고, 치료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씨는 이날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코막힘이 심해 한번 약 처방을 해준 다음엔 소금물로 가글해라, 물 많이 마셔라 정도의 조언만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전에 1번 오후에 1번 산소포화도랑 체온 체크하고 상태 입력하고, 오전에 간호사 전화 받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며 "다행히 자취를 해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우려는 없었는데 가족과 함께 살았다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구가 많은 경우는 재택치료·자가격리에 따른 부담이 훨씬 컸다.
경기도 신도시에서 사남매를 키우는 30대 주부 B씨는 코로나19에 걸린 생후 4개월 막내 아들을 돌보며 이달 중순부터 2주 넘게 자가격리 중이다. 부스터샷 접종 후 돌파감염된 남편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 치료를 받았다.
B씨는 "20평 안팎 집에서 아이 넷과 격리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아이들이 어려 혼자 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27개월 된 셋째는 이제 한계인지 밖에 나가자며 현관을 자주 서성거린다. 집에선 마스크 착용을 따로 안하고 차라리 걸리려면 걸려라 하는 심정으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8일 막내가 고열이 났을 땐 생후 4개월이라 해열제 교차 복용이 안되는데 갈 수 있는 병원도 없고 가족들이 다 격리 중이라 대리처방도 못해서 타이레놀 하나로 버텼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쓰레기 처리에 대한 고충도 컸다. B씨는 "기저귀 쓰는 아이가 둘이라 하루에 10ℓ 쓰레기봉투가 하나 이상 나온다. 미접종자 자가격리 기간 17일에 해제 후 3일 뒤 배출이니 거의 20일간 현관에 쓰레기를 모아둬야 하는데 아기들이 있는 집에서 위생을 챙길 수가 없어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병에 걸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
긴 격리 생활에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1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직장인 C씨는 "평일에는 재택근무를 했고, 주말에는 거의 누워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인지 하루종일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메신저를 하거나 밥을 먹는 것도 귀찮고 그냥 계속 누워있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심리지원 상담도 진행하는데 아무래도 확진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면이 있다. 코로나19라는 게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힘든 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재택치료·자가격리자에게 좀더 상세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확진 후 추가접종이나 확진자와 접촉했을 경우 자가격리 등을 안내해줬으면 했는데, 격리해제되던 날에도 문자만 한 통 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IT기기에 능숙하지 않은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앱에 건강상태를 입력하는 부분 등 여러 가지로 재택치료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방역 전문가들은 확진자 폭증세가 기정 사실화된 만큼 비대면 진료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화로는 환자 상태 파악이 어려우니 줌이나 영상통화 등으로 환자 얼굴이나 행동을 보고 진료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모두 재택치료로 하지 말고, 60세 이상의 코로나19 고위험군은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처럼 의사가 직접 볼 수 있는 곳에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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