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모았던 화이자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먹는치료제 팍스로비드가 투약 시작 후 열흘 동안 100여명의 확진자에게 처방되는 데 그치며, 예상과 달리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는 투약대상이 60세이상 고령층, 면역저하자로 제한되는 데다가, 도입 초기인만큼 복용 자체를 망설이는 환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팍스로비드의 병용금기 약물이 28가지에 달하는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고령층이 많이 앓는 고혈압, 심장병, 고지혈증 등의 치료제와 함께 복용해서는 안되며, 이 때문에 의료진도 처방을 망설이고 있다.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4일~20일까지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환자는 총 109명(재택치료자 88명, 생활치료센터 21명)으로, 전체 재고량은 2만891명분이다. 당국이 매일 1000명의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치료약을 준비한데 비하면 처방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셈이다.
팍스로비드 처방이 저조한 원인으로는 투약대상이 까다로운 점이 꼽힌다. 당초 당국은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의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중등증 확진자와 65세 이상 혹은 면역저하자 중 재택치료자,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등으로 한정했다. 이후 당국은 22일 처방대상을 65세에서 60세로 다소 낮추긴 했지만, 투약대상은 여전히 한정적이라는 분석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령제한을 줄일 것이 아니라, 아예 없애야 한다"며 "현재 처방이 필요한 경우임에도 의료진의 판단 하에 (처방대상이 아닌 확진자들에게) 처방하기가 어려워, 약이 있어도 처방을 하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팍스로비드는 심바스타틴(고지혈증 치료제), 피록시캄(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 라놀라진(협심증 치료제), 알푸조신(전립선 치료제) 등과 함께 복용해서는 안된다. 고령층 대부분이 기존에 먹던 만성질환 약물과 겹치는데, 이 점 또한 투약이 저조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팍스로비드를 복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복용하던 약물을 끊어야한다. 그러나 현재는 복용하지 않더라도 과거 복용해 약의 성분이 체내에 남아있다면 처방이 거절될 수 있다. 카르바마제핀(항간질제), 리팜피신(항결핵제)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비로소 처방대상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신장, 간기능에 장애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복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투약여부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걸린다는 점도 한 몫한다. 팍스로비드를 처방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상태, 과거 복용 약물, 기저질환 등을 모두 파악해야하는데, 재택치료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문진을 거쳐 팍스로비드를 투약하려고 결정을 내리면 벌써 4~5일이 지나가버려, 투약시기를 놓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입 초기이다보니 부작용 우려로 투약 자체를 꺼리는 환자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채윤태 성남시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약물에 대한 불안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선택권은 환자에게 있기 때문에, 투약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팍스로비드 처방량을 늘리기 위해 투약 연령을 60세에서 50세까지 낮추고, 오는 29일부터는 공급기관을 요양병원, 감염병전담병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고재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위기소통팀장은 전날(25일) "위중증 환자의 연령, 수급여력, 치료제의 효과성 등전반적인 사항을 고려해 처방기준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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