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전공은 사진이었으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푹 빠졌다. 졸업 후 회사에 다니면서도 손 끝의 창작 의지는 오히려 커져갔다. 지금 돌아보면 일종의 창업 DNA였다.

예술 작품을 연상시키는 비누로 화제를 모은 브랜드 '크렘'. 창업자 김예린 대표(36)는 시간 대부분을 '만드는 얘기'로 채웠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비누는 구매자들에게서 '닳는 게 아까워서 못 쓰겠다' 평을 들을 정도로 유려하다. ‘비누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막상 상품을 접하면 한참을 쳐다본다고.


"하루 일과를 끝낸 지친 몸이 욕실에서 쉬는 장면을 그려보세요. 이 때 느끼는 비누의 향과 색이 기분을 확 바꾸고 긍정 에너지를 줄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이런 비누를 전하고 싶어서 크렘을 열었습니다."

김예린 크렘 대표 (카페24 제공)

지난 2016년 창업 직후부터 크렘은 입 소문을 탔다. 당시 신생 브랜드였음에도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플랫폼의 러브콜을 받았고, 2020년에는 갤러리아 명품관에 들어섰다. 상품 기획력과 콘텐츠에 고객들이 크게 반응하니 유통 시장에서의 높은 관심은 당연했다.
눈에 보이는 유려함 외에 더 구체적 경쟁력을 물었더니 인터뷰 테이블에 여러 비누를 올려 놓는다. 이 비누 모두에 다양한 사연이 따라 붙어 있었다.

근래 베스트셀러인 '씨글라스솝(Seaglass Soap)'은 해양 쓰레기의 일종인 '씨글라스(Seaglass)'가 모티브다. 씨글라스는 버려지는 유리 조각이 긴 시간 파도에 마모되면서 조약돌처럼 바뀐 것이라고.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씨글라스를 찾아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지도도 있다고.

씨글라스솝은 실제 씨글라스가 그러하듯이 물에 닿았을 때 투명하게 반짝인다.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듯한 자연스러운 조약돌 모양과 손에 편히 쥐어지는 느낌. 과하게 강하지 않고 은은한 허브 추출물의 향. 피부 타입에 맞춘 다양한 성분. 김 대표가 2년 넘는 개발 과정을 들여 만든 작품이며 특허까지 확보했다.


"사실 브랜드명 '크렘(crème)'의 뜻이 프랑스어로 깊은 풍미의 달콤한 크림을 뜻해요. 일상에 달콤함과 풍요로움을 전하자는 의도의 작명이었고, 씨글라스솝으로 잘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시각과 후각, 더 나아가 기분 전체를 바꿔줄 수 있죠."

다만 씨글라스솝이 크렘의 전부는 아니다. 여행지를 추억하기 위해 주워온 돌멩이를 모티브로 장인이 조각한 ‘슈브니어스톤’, 식물성 오일로 보습력을 강조한 ‘데일리솝’, 운동 후 심신 풀기에 알맞다고 설명된 '스테이쿨' 등이 함께 성장했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로 뛰어올랐다.

크렘 홈페이지 캡쳐 (카페24 제공)

한편으로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의 확장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테이블 웨어와 화병을 출시했고, 올해 상반기 내에 비누 받침도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를 통해 구축한 온라인 쇼핑몰에 볼 거리가 계속해서 풍성해지는 추세다.
국내에서의 인기가 자연스럽게 해외에 알려진 것도 크렘의 관전 포인트. 이미 미국과 캐나다, 일본, 멕시코 등의 대형 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올해 영국과 일본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환경 오염 우려로 인해 액체 대신 고체 비누 사용량을 늘리려는 해외 소비자 동향은 크렘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크렘은 저 홀로 성장시킨 브랜드가 아닙니다. 임직원의 노력은 물론 다양한 외부 기업, 아티스트 등과와 협업이 주효했어요. 감사를 전할 곳이 상당히 많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여럿이 함께 고객에게 가치를 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