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러시아 은행의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배제가 13일 시작되는 가운데 현지에 있는 우리나라 유학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배제로 송금 등 국제 거래가 중단되는데다 세계 양대 신용카드 업체인 마스터·비자카드가 러시아 영업 중단을 선언해 결제 길까지 막히면서다.
한국에서 보낸 돈으로 생활하던 유학생들은 이미 귀국했거나 귀국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200개국의 1만1000개 금융기관이 국제 거래 결제 때 쓰는 전산망이다.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면 국제 거래가 사실상 모두 막히게 된다. 흔히 '금융 핵무기'로 불리는 이유다.
돈길이 막히자 생활이 어려워진 유학생들은 러시아를 떠날 고민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인 A씨는 "유학생 몇몇은 이미 귀국했고, 귀국을 고려 중인 학생들도 지난달보다 늘었다"며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는 전제하에 계속 남아있겠다고 하지만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지역에서 유학 중인 B씨도 "상당수 학생들이 이번달 비행기로 귀국을 고려하고 있다"며 "비대면 수업 허용 등 수업과 관련된 문제만 없으면 귀국 예정인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귀국을 결정하더라도 돌아올 방안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모스크바에서 한국으로 오려면 Δ아부다비-인천(에티하드 항공) Δ도하-인천(카타르 항공) Δ두바이-인천(에미레이트 항공) Δ이스탄불-인천(터키 항공) Δ타슈켄트-인천(우즈베키스탄 항공) 등 1회 경유하는 노선이 있다.
이마저도 노선이 줄어들 수 있다. 주러시아 한국 대사관은 지난 9일 '귀국 항공편 리스트 안내' 공지를 하며 "한국으로 귀국 가능한 항공편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한국 직항은 에어부산(격주 토요일), 대한항공(격주 화요일)이 있으나 이번달은 좌석 전체가 매진됐다고 한다.
당초 전쟁 지역과는 거리가 먼 극동지역의 유학생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학 중인 20대 한모씨는 "거의 대부분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이긴 하나 몇몇 학생은 이미 귀국했거나 귀국을 준비 중인 학생이 있다"며 "직항편은 3월 경우 전체 매진됐다"고 말했다.
한씨는 "전쟁과는 거리가 먼 지역이지만 대사관이 밤늦게 외출을 자제하라는 당부를 했다"며 "금융제재 이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해 러시아 내 국민들의 생활형편이 안 좋아지니까 강도 등을 조심하라는 말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비자·마스터카드 영업이 중단되며 중국의 유니온페이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주러시아 대사관은 교민들에게 Δ현금 확보 Δ러시아에서 생산되지 않는 공산품 및 생필품 여유분 확보를 권장했다.
한씨는 "아직 유니온페이 카드에 대한 제재는 없어서 매월 (한국으로부터) 생활비를 받는 학생들은 유니온페이 카드를 한국에서 만들어서 전달받는 경로를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유학생들은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씨는 "서로가 친척의 친척, 이웃의 친척이고 같은 역사를 공유한 나라들이 동족을 향해 서로 총칼을 겨누고 있다는 게 매우 마음이 아프다"며 "전쟁이 끝나기 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A씨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몰라 다들 혼란스럽고 불안해하는 분위기"라며 "어서 평화가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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