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대법관(대법원 3부 주심)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정희, 김재형, 안철상 대법관. 2022.3.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임의비급여' 시술을 받은 환자가 보험사로부터 실손보험금을 받아 진료비를 납부했다면 보험사가 의사를 상대로 진료비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까.
보험사와 의료기관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관련 소송만 대법원에 수 십건이 걸려있는 임의비급여 치료 관련 실손보험금 반환청구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17일 진행됐다.

법학자와 청구인, 변호인들은 이날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가 개최한 공개변론에서 일명 '맘모톰' 시술 등 진료행위로 촉발된 진료비 반환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리공방을 주고받았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사건이 아닌 소부 사건에서 공개변론을 진행하는 것은 가수 조영남씨의 그림대작 사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만큼 법조계에서조차 법리 해석이 분분한 사안이라는 의미다.

대상 사건은 보험사가 '맘모톰'을 이용한 유방종양절제시술을 받고 실손보험금을 받은 환자를 대신해 의사에게 직접 진료비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에 관한 건이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맘모톰' 시술에 관한 진료계약이 유효한 지 여부다. '맘모톰'은 유방조직에 삽입하여 진공흡인을 통해 조직을 빨아들인 뒤 해당 부분을 잘라내는 장비다. 맘모톰의 경우 2019년 7월 안전성 및 유효성 확인을 받아 신의료기술로 인정됐다. 보험사는 맘모톰이 안전성 평가를 받기 전의 진료계약이 유효한 것인지 다투고 있다.


일반적으로 임의비급여 시술은 법정비급여 시술과는 달리 실손보험금 청구가 어렵다. 건강보호법 규칙상 법정비급여에 해당하지 않는 유형의 진료계약이 무효로 인정된다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어진다. 이 경우 보험사는 환자를 상대로 보험금 반환을 청구해야 하지만 이미 병원비로 사용됐다. 이 때문에 환자가 아닌 의사나 병원을 상대로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의사를 상대로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다. 채권자대위권이란 채권자가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속하는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일반적으로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려면, 채무자의 재산이 충분치 않아야 한다는 '무자력'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보험사는 이 사건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무자력'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가 이미 병원비를 납부한 후 보험금을 받는 만큼 재산이 충분치 않아야 한다는 조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보험금 사용처가 진료비로 특정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보험사 측의 입장이다.

김재형 대법관(대법원 3부 주심)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유방종양절제시술인 맘모톰 시술에 관한 진료계약 유효 여부,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의사를 상대로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크게 두 가지의 쟁점에 대해 변론이 펼쳐졌다. 2022.3.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여하윤 교수는 무자격 요건 불요성에 힘을 실었다. 그는 "대법원이 일정한 요건 아래 금전채권의 보전을 위하여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채무자의 무자력 자체가 독자적인 요건이 되지 않더라도 채권자의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 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를 평가하는 요소로 고려되면 충분하다"며 "채권자대위권이 뿌리를 두고 있는 프랑스 민법의 간접소권에도 무자력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수곤 교수는 무자력 요건 필요설에 무게를 뒀다. 박 교수는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금전채권의 보전을 위해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예외적으로 이를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으나, 이 사건의 경우 피보전권리와 피대위권리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없어 무자력을 요건으로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프랑스에서 채권자대위권행사가 드물고, 그 중에서도 금전채권의 보전을 위해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반박했다.

소송 당사자의 변호를 맡은 보험사와 의사들 측 변호인들의 대리 변론도 팽팽하게 맞섰다.

삼성화재해상보험 대리인 법무법인 광장의 김진영 변호사는 "위법한 맘모톰 시술비용은 실손보험의 보장대상이 아니므로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원칙적으로 원고가 환자를 상대로 보험금반환청구를 하고, 환자는 의사를 상대로 진료비 반환청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수많은 소송이 예상되므로 원고가 채권자대위권을 통해 환자의 무자력 유무와 무관하게 환자 대신 의사를 상대로 직접 진료비 반환청구를 청구할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기관측 대리를 맡은 이형범 변호사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원칙대로 피보전채권이 금전채권인 경우 채무자인 환자의 무자력이 입증돼야 하므로 원고의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피고의 맘모톰 절제술은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 밝힌대로 예외적으로 임의비급여가 허용되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였으르모 원고의 예비적 청구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도 기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측의 주장을 청취한 대법원은 향후 관련 사건 심리과정에서 법리 판단에 참고할 방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개변론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관련자들과 국민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보다 투명하게 정책법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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