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실적 반전 계기를 마련할 방침이다. 다른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장거리 운항 준비에 나서는 것과 달리 LCC다운 사업 모델에 집중해 중·단거리 노선에서 더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27일 제주항공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항공운송사업에서 3145억2524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3313억853만원)보다 영업손실 폭은 감소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영업이익(1022억7755만원)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코로나19 여파로 여객 수요가 회복하지 못하면서 적자가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항공운송 사업에서 여객수입 매출은 2576억4600만원으로 2018년 1조2193억원에서 크게 뒷걸음쳤다.
제주항공은 사업다각화보다 기존 중·단거리 노선 운항에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내년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B737-맥스 항공기 5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기종은 제주항공이 운용하고 있는 B737-800NG보다 1000km 이상 운항 거리가 늘어나 인도네시아 등 새로운 노선에 운항이 가능하다.
제주항공 내부에서는 '본업 충실' 전략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른 LCC들이 장거리 노선을 준비하며 시장 재편을 노리면서다. 티웨이항공은 중대형기 A330-300를 도입했다. 이 항공기는 미국 서부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배분되는 프랑크푸르트·로마·이스탄불 등 알짜 노선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프레미아는 장거리 국제선 운항을 목표로 B787-9를 도입했고 2024년까지 이 기종을 10대로 늘려 유럽 노선 운수권 확보에도 나설 예정이다.
제주항공이 무작정 장거리 노선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리스크 때문이다. LCC의 가장 중요한 전략은 단일기종 운용을 통한 비용절감이다. LCC의 보유기재가 다양화되면 이에 따른 제반설비, 정비·운항 인력이 추가돼 부담이 증가한다.
장거리 노선에서는 환승 수요도 중요한 경쟁력이다. 글로벌 항공사들과 얼라이언스를 맺고 있는 기존 항공사들에 비해 LCC는 환승 편의가 떨어진다. 소수의 중대형기를 운영하면 비정상 상황발생 시 연결편 지연, 결항에 따른 고객 불편이 증가할 수도 있다.
제주항공은 기종 다양화에 따른 초기 투자와 복잡화로 인한 비용(complexity cost) 등을 극복할 수 있을 역량을 확보한 후 대형기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경영전략에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의 '실용주의적' 성격이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아시아나항공에 몸 담고 있던 시절에도 장거리 기종 A380 도입을 원하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에 중단거리 기종 A321 NEO를 요구하는 등 실속을 중시하는 성격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