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왼쪽)과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4월 초입부터 한반도 정세의 긴장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명의의 지난 2일자 담화를 통해 서욱 국방부 장관의 최근 발언을 문제 삼아 "남조선(남한)에 대한 많은 걸 재고할 것"이라고 위협을 가하면서다.
서 장관은 앞서 1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서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 부부장은 "남조선 군부가 우리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도발적인 자극과 대결의지를 드러냈다"며 반발했다.

북한 '군부 1인자'로 통하는 박정천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비서 또한 김 부부장과 같은 날 작성한 담화에서 "만약 남조선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북한)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북한군)는 가차 없이 군사적 강력을 서울의 주요 표적들과 남조선군을 괴멸시키는 데 총집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이번에 '재고'하겠다고 밝힌 대상에 2018년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가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등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대남 총책'으로 김 부부장은 이미 지난 2020년 6월 우리 측 단체들을 상대로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하는 담화에서 "군사합의 파기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 직후 북한은 개성 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남북한 간의 긴장수위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지난 2018년 9월19일 북한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왼쪽)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2018.9.19/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당시 북한은 Δ금강산 및 개성공업지구 내 연대급 부대·화력구분대 배치 Δ비무장지대(DMZ) 민경초소(GP) 재진출 Δ전선 경계근무 급수 '1호' 격상 Δ대남전단 살포 보장 등 '9·19합의' 위반에 해당하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대남 4대 군사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은 당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보류' 결정으로 이 같은 군사적 조치를 행동에 옮기진 않았으나, 이번 김 부부장 명의 담화가 김 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발표된 것인 만큼 추후 북한의 대남 도발수위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김 부부장은 작년 3월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비난하는 담화에서도 '9·19합의' 파기를 거론한 적이 있다.


김 부부장은 또 이번 담화에서 우리 측을 향해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리 측의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북한 또한 행동을 달리 할 수 있단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 들어 나름의 '계획'에 따라 무력도발 수위를 높여온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추가 도발에 나서는 건 예정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계류 중인 미군 헬기. <자료사진> © News1

아울러 전문가들로부턴 북한의 이번 담화가 서 장관에 대한 것이라기보단 후보 시절 '대북 선제타격'을 얘기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우회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올 1월 극초음속미사일을 시작으로 지난달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에 이르기까지 올 들어서만 무려 12차례에 걸쳐 탄도·순항미사일 시험발사와 방사포 사격을 실시했다.

특히 북한이 4년여 만에 ICBM 시험발사 재개를 통해 이미 미국이 설정한 도발 한계선(레드라인)을 넘은 점을 감안할 때 "추가 핵실험도 시간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2018년 5월 폐쇄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선 지하갱도 복구 등 핵실험 재개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오는 15일 북한 최대 명절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제110주년에 즈음해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실시되는 점 또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외무성이 아닌 김여정·박정천 선에서 담화가 나오면서 수위가 굉장히 높아졌다"며 "'9·19합의' 북한이 따로 '파기'를 선포하지 않아도 북방한계선(NLL) 쪽으로 해안포를 쏘면 깨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정말 '9·19합의' 파기까지 갈 건지는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