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 구글이 국내서 제정된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대응책을 고심하는 가운데 절대강자 구글의 움직임에 IT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내 맘대로 하겠다”… 국내법 무시하고 막 나가는 구글
② “나 떨고 있니”… 구글 결정에 요동치는 IT업계
③ 방통위, 구글 상대할 수 있을지 우려… 대안은?


구글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제정된 인앱결제강제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반기를 들었다. 구글은 그동안 겉으로는 정부 법안을 준수하는 척하며 법안 무력화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국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생태계의 절대자로 군림하고 있는 구글의 횡포를 막을 길이 없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조사에 이어 이행강제금까지 부과할 기세지만 초법적 권력을 가진 구글을 제어하기에 부족한 실정이다. 국제공조를 통한 규제로 이를 돌파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아웃링크 차단 안돼”… 자기 방식 고집하는 구글에 방통위 ‘맞불’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에 대한 제제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효성이 있느냐는 물음이 뒤따른다. 사진은 인앱결제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구글은 지난 4월 1일부터 자사 앱 마켓 ‘구글플레이’에 인앱결제 시스템과 제3자결제 방식만을 허용하고 사용자들이 인앱결제 시스템을 쓰지 않도록 유도하는 아웃링크(앱 내에서 다른 결제수단을 제공하는 웹페이지로 연결)도 차단했다. 이를 따르지 않는 사업자들은 이날부터 업데이트를 중단하고 오는 6월부터는 앱을 삭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월 5일 구글의 아웃링크 금지 조치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유권해석 결과를 발표했다. 실제 금지 행위가 발생하면 실태조사에 나서고 위법 사항 확인 시 사실조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사실조사 중 자료 재제출 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금지 행위 중지 등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최근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이행 강제금 부과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개정 전에는 사실조사에 응하지 않을 시 일회성 과태료만 부과했다.

하지만 방통위 제재가 실효성이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구글이 아웃링크를 허용해도 인앱결제 대신 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웹 결제를 이용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인앱결제가 외부결제보다 결제의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다.

최종 결과 역시 알 수 없다. OTT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표면상 제3자 결제나 외부 결제를 허용한 것처럼 해놨다”면서 “최종 위법 판단이 안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도 “최종적인 법 위반 여부 및 제재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은 관련 위법행위에 대한 사실조사 결과를 토대로 거래상의 지위, 강제성, 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될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예상된 결과’… 막을 비책 있나

구글의 반발은 예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초법적인 권력을 가진 기업을 단일 국가 규제로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진=로이터
이번 구글의 움직임은 예상된 수순이란 평가가 많다. 강력한 규제조항이 부재해 구글을 단속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법 위반 시 과징금은 매출액의 2%에 불과하다. 이 역시 위반 기간에 발생한 관련 매출이 기준이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은 지난해 9월 14일, 시행령은 올 3월 15일 발효됐기 때문에 산정되는 매출액 자체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구글이 인앱결제 수수료로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약 8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한 시행령도 아쉬운 대목이다. 시행령이 강력하지 못해 구글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외부 웹 페이지 결제 링크를 차단하고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가 위법하다거나 인앱결제 강제는 불가하다는 등 내용이 담기지 못했다. 제3자 결제 수수료가 최대 26%까지 가능해 인앱결제 수수료 30%와 차이가 없는 점을 규제하는 부분도 없었다.

이는 방통위가 구글·애플 등과 소송 분쟁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구글과 애플에게 법 관련 이행 계획을 제출받아 시행령을 만들면서 소송을 제기할 만한 조항들은 빠졌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구글을 상대하기에 무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통위가 지난 2017년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제재한 유일한 글로벌 기업은 페이스북이다. 지난 2018년 페이스북에 이용자 불편을 일으켰다며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했고 방통위는 이어진 1·2심에서 모두 졌다. 또 다른 OTT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불안하다는 건 업계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면서 “생각보다도 더 역량부족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 구글이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앱마켓 결제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협업을 통해 개발이 진행 중이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운영체제(OS) 기반의 앱마켓이 아니라면 활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대작 게임 등의 유통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고관여층은 앱마켓을 구분할 수 있지만 저연령층이나 정보통신(IT) 기기에 사용성이 떨어지는 분들은 판별해서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국제 공조를 통한 규제가 꼽힌다. 김 교수 역시 “초법적인 기업들은 단위 국가 규제로 소용이 없다”면서 “최악의 경우 철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국을 포함한 상위 20개국이 연합해 법을 제정하고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