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영평동에 위치한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사진=권가림 기자


지난 4일 제주시 영평동에 위치한 제주테크노파크를 찾았다. 한라산을 끼고 굽이굽이 이어진 도로를 달리니 제주테크노파크 내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2019년 6월 개소한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는 폐배터리를 보관하거나 잔존량을 검사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활용하거나 보관, 매각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재활용된 배터리는 민간에 보급되지 않고 실증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는 전기차 충전 스테이션 연계형 제품, 가로등연계형, 농업용 운반차 등 8건을 개발해 실증 운영하고 있다.


배터리 산업생태계 조성 밑거름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배터리 보관 장소. /사진=권가림 기자

센터 입구에 들어서자 "배터리 활용 기술을 기반으로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기겠습니다"라고 쓰여진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다섯 걸음 더 걸어 들어가니 폐차장 업체가 실어 온 납작한 배터리팩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2020년 12월 이전 출고된 현대차 코나, 아이오닉, 한국GM 볼트 등에서 나온 배터리들이다. 대기환경보존법에 따라 2020년 12월까지 출고된 전기차는 지방자치단체에 폐배터리를 반납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도 사고, 말소 전기차의 배터리를 받고 있다. 민간 판매 목적이 아닌 연구 목적으로 제공받고 있다. 이곳은 반자동 시스템을 통해 온도, 습도가 조절되고 있었다.

이 폐배터리들은 잔존량 검사와 정밀 성능검사 등을 받기 위해 팩 검사준비장으로 이동한다. 센터는 배터리 성능평가장비 15종, 배터리 안전성 장비 8종을 보유하고 있다. 눈앞에는 비디오 테이프처럼 생긴 배터리 모듈이 나무상자 안에 가득 담겨 있었다.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팩 검사 준비장. /사진=권가림 기자

팩 검사 준비장에서는 배터리 팩을 뜯어내 모듈과 셀 등 외관 검사를 진행한다. 이동훈 제주테크노파크 에너지융합센터 활용기술개발팀 팀장은 "전기차 바닥에 붙어있는 배터리는 울퉁불퉁한 도로나 과속방지턱으로 외관에 구멍이 생길 수 있어 이를 검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관 검사를 마친 폐배터리는 팩 검사장으로 옮겨진다. 충방전 시험이 24시간 동안 이뤄진다. 배터리 잔존용량이 70% 이상 남은 배터리와 50~60% 아래로 남은 배터리를 분류해 A부터 E까지 등급을 책정한다.
배터리 모듈의 잔존가치가 검사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모듈 검사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24시간 동안 충방전 시험과 정밀검사를 거쳐 재사용 여부가 결정된다. 팩부터 모듈까지 성능검사 시간은 총 48시간 걸리는 셈이다.


최종적으로 잔존용량이 70% 이상 남은 배터리는 재활용되며 그외 배터리는 제주테크노파크가 보관한다. 이 팀장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배터리는 육지로 보내지 못하게 돼 있다"며 "안전성 기준이 세워지지 않은 탓으로 보완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기부터 농업용 운반차까지 실증용 제품 쏟아져

팩, 모듈 검사를 마친 폐배터리. /사진=권가림 기자

이 모든 과정을 거친 배터리는 완료제품으로 분류된다. 한손으로 모듈을 들려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두 손으로 들어야 겨우 움직이는 무게였다. 이 팀장은 "모듈 1개당 용량은 1.2~1.8킬로와트시(kWh)로 두 개를 합치면 가정에서 이틀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 된다"고 설명했다.
폐배터리로 재활용 된 ESS. /사진=권가림 기자

센터 밖에는 200kWh급 ESS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센터가 르노코리아 SM3에서 나온 폐배터리 28개를 모아 재활용한 실증용 ESS다. 센터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전력이 여기에 저장된다. ESS 전력은 바로 옆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기에서 쓰인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충전기를 마을 주민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순수전기차 보급대수는 709만9000대로 2025년 1325만2000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제주도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발생 개수는 2030년 2만여개로 예상된다. 센터가 지금까지 회수한 전기차 배터리는 250개 정도다.

제주테크노파크는 배터리 시험검사체계 구축,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유통·관리의 전주기 체계 운영을 통해 1차산업, 관광산업, 재생에너지 연계산업 등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제주테크노파크는 오는 12월까지 활용장비 70여종을 구축할 계획이다. 2024년까지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제품의 시험인증과 신뢰성 평가를 위해 12종의 장비를 추가로 도입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제주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사용 후 배터리의 안전성 확보뿐 아니라 타 지역 반출을 위해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이를 수행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