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설계·구현·검증 등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정부 주도의 빅딜로 LG반도체가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에 흡수·합병되면서 반도체 사업을 접은 LG그룹이 다시 반도체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독일 시험·인증 전문기관 'TUV 라인란드'로부터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ISO 26262' 인증을 받았다. 해당 인증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차량에 탑재되는 전기·전자 장치의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한 국제표준규격이다.
LG전자는 이번 인증 획득으로 전자제어장치(ECU),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같은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특히 ISO 26262에서 정의하는 자동차 기능 안전성 가운데 최고 수준인 자동차안전무결성수준(ASIL) D등급의 부품 개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는 LG전자가 A등급부터 D등급까지 모든 등급의 반도체를 설계하고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ASIL은 사고의 심각도, 발생빈도, 제어가능성 등에 따라 최저 A등급에서 최고 D등급까지 4단계로 구분된다. D등급은 1억 시간 동안 연속 사용했을 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장을 1회 이하로 관리하는 가장 엄격한 등급이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의 기능안전성 인증을 획득할 뿐만 아니라 인증 대상을 지속 확대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기능안전 수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처럼 LG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개발 역량을 확보하면서 LG그룹이 과거 반도체 사업을 접었던 일이 주목받고 있다.
LG그룹의 반도체 사업은 1979년 대한전선 계열 대한반도체 인수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고 구본무 회장이 금성일렉트론을 설립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고 이후 럭키금성이 1995년에 LG로 그룹명을 바꾸면서 금성일렉트론도 LG반도체로 사명을 변경했다.
LG그룹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반도체 사업을 포기한다. LG그룹은 반도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봤으나 정부 주도의 빅딜로 1999년 현대전자에 LG반도체를 넘긴다. 당시 고 구 회장은 자의가 아닌 타의로 회사를 넘기게 되면서 상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LG그룹은 반도체 웨이퍼 생산회사인 LG실트론을 2017년 SK그룹에 매각했고 지난해 5월 실리콘웍스(현 LX세미콘)가 계열분리되면서 LG그룹은 반도체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