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파업에 완성차업계의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사진은 울산 현대차 명촌 정문 앞에서 화물연대 울산본부 소속 조합원이 화물차를 회차시키는 모습. /사진=뉴스1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벌인 일 때문에 애꿎은 사람들만 피해를 보고 있어 화가 납니다"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의 새 차를 구매한 한 소비자의 말이다. 자동차 반도체 수급대란에 무려 7개월여를 기다린 끝에 조만간 차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 여파에 다시 새 차 인도 날짜가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여서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완성차업계를 넘어 소비자까지 피해를 받는 모습이다.

자동차 부품 운송 등 차질… 새 차 출고 더 지연

10일 현대차에 따르면 화물연대 울산지부가 지난 8일부터 울산공장 명촌 정문 등에서 시위를 펼치며 조합원 납품 차량의 진입을 통제했다.


이들의 납품 거부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현대차 울산공장은 이틀 전 오후조 근무부터 생산라인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다시 돌아가는 등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는 하루 평균 1만1000회 정도 납품차량이 들어간다. 현대차·기아의 차량 탁송·원자재 물류 등은 현재 현대글로비스가 담당한다. 이들과 계약한 19개 운송업체 화물 노동자 중 약 70%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전해진다.

현대차를 비롯한 각 완성차업계는 차 반도체·원자재 공급난에 생산 차질이 빚어진 데다 화물연대의 파업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소비자들에게 인도될 새 차 출고는 더 지연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미리 확보한 부품 재고가 있어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며 버티고 있지만 화물연대의 파업이 길어질 경우 공장 가동을 아예 멈춰야 하는 상황까지 직면할 수 있다. 이미 대리점 등 일선에서는 출고 지연 안내를 한 상황이라 새 차를 계약한 소비자에게 피해가 그대로 전가되고 있는 양상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부품 수급 등을 위해 화물 트럭이 수시로 공장을 드나드는데 입구 통행을 막고 있는 터라 현재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며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 보이지만 다른 곳으로도 상황이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들은 생존 위협을 호소하며 화물연대의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최근 국내 자동차부품산업계는 신종 코로바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차량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 위기로 인해 생산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가운데 화물연대가 단체행동으로 자동차부품업체의 부품공급을 막고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초래하게 하는 것은 자동부품업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당장의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화물연대의 파업에 완성차업계가 생산차질 우려로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화물연대, 완성차업체 인질 잡고 이기적 행동"

완성차업계를 회원사로 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분노했다. 협회는 자동차 관련 단체들이 완성차업계를 파업의 볼모로 삼은 화물연대를 겨냥해 "극단적이고 이기적 행동"이라고 비난하며 즉각적인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반도체 수급 등 글로벌 공급위기에 더해 탄소 중립과 미래차 전환 등 구조적 어려움을 겪으며 생존 위기에 처한 자동차 업종을 대상으로 파업과 물류 방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극단적이고 이기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완성차 탁송이나 부품 물류 등 자동차 관련 물류업종은 안전운임제보다 높은 운임을 지급하고 있어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운송료 인상 등의 요구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협회 측은 "약 3만개 부품조립으로 생산되는 자동차 산업은 적시 생산 방식(JIT)으로 생산이 이뤄져 원활한 물류가 필수"라며 "단 하나의 부품이라도 공급이 안 되면 완성차 생산도 중단돼 물류가 매우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 관계자는 "자동차업계의 가동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파업과 물류방해 행동 등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 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파업으로 인해 우리 업종에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생존위기에 처한 자동차 산업이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결정적 파국에 이르지 않도록 행정·사법 당국은 불법행위에 대해 원칙에 따라 엄격한 법 집행을 신속히 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