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폭등에 음식값이 치솟자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점심시간이 되자 광화문역 근처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 직장인들이 가득찬 모습. /사진=서진주 기자


"점심값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물가 폭등으로 '점심값 1만원 시대'가 다가왔다. 음식의 양과 질에 상관없이 기본 1만원부터 시작한다. 일반적인 직장인 기준으로 평일 5일 출근 시 일주일 동안 점심값으로 최소 5만원이 지출되는 셈이다.


음식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점심시간에 몰리는 직장인으로 인해 웨이팅이 없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비싼 가격에 줄까지 서며 점심을 먹었음에도 가격 대비 만족도는 낮은 경우가 빈번하다.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점심식사와 물가상승을 합친 신조어)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에 편의점을 찾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편의점은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고물가에 대응하면서 간편하고 빠르게 점심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이보다 저렴할 수는 없다"… 끊이지 않는 직장인의 발걸음

편의점 간편식은 저렴할 뿐만 아니라 맛도 좋아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은 점심시간이 임박하기 직전 편의점에 도착한 간편식(왼쪽)과 진열대에 간편식이 채워진 모습. /사진=서진주 기자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냉장간편식, 냉동간편식, 즉석식품 등의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급등으로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점심시간 전후로 간편식을 채워넣기 바쁘다"고 전했다.

도시락에 샌드위치까지 구매한 직장인 박모씨(남·32)는 "어느 식당에 가도 밥 한끼에 1만원이 넘는다. 그런데 편의점에서는 2~3가지를 사먹어도 식당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뿐만 아니라 맛도 괜찮아서 편의점을 자주 이용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직장인 최모씨(여·29) 역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매했다. 그는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선호한다"며 "최대한 할인받는 방법을 알아낸 뒤 점심 때마다 편의점을 찾는다"고 전했다.

"이런 앱이 있었어?"… 편도족의 '지갑' 사수하기

편의점에 방문하는 직장인이 증가하자 편의점 업계는 '마감 할인 판매'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을 내놨다. 사진은 마감 할인 플랫폼 '라스트오더' 앱을 이용하는 절차. /사진=서진주 기자

런치플레이션에 대응하는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편의점 업계는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과 '마감 할인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액 할인을 받으려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할인 혜택 제공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마감 할인 판매'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봤다. 마감 할인 플랫폼 '라스트오더' 앱을 설치하고 현위치를 설정하니 가까운 순으로 편의점 목록이 떴다. 방문하고자 하는 편의점을 선택하면 구매할 수 있는 도시락, 삼각김밥 등의 제품이 앱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때 '한끼7찬도시락. 1개 남음. 7/16 014:40 판매종료'와 같은 정보가 함께 제공됐다. 정상가, 할인가, 혜택적용가 등 3가지 가격 정보도 알려준다.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한 뒤 편의점에 찾으러 가면 끝이다.

해당 앱은 쉬운 방법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특히 '라스트오더' 앱의 "버려지는 음식 구하기" 취지는 사용자의 이용 욕구를 자극한다. 사용자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 동시에 '동네 상권 활성화'와 '지구 환경문제 해결 동참'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점심을 먹었을 뿐인데 환경을 지킬 수 있어 뿌듯하다" "앱의 취지 덕분에 도시락도 남김 없이 먹게 된다" 등 호평을 남겼다.

"일찍 편의점에 도착한 직장인이 마음에 드는 도시락을 사수한다"

편의점 제품의 수는 한정적이고 편의점에 방문하는 직장인은 많은 만큼 입맛에 맞는 제품을 사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은 편의점에서 3차례 구매한 도시락. 사진=서진주 기자


점심시간마다 식당에 방문하거나 배달을 주문했던 기자에게도 편의점 제품은 '합격'이었다. 이후 편의점 간편식 진열대에 제품이 동나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맛과 가격, 시간 등 여러 측면에서 편의점 제품이 훨씬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사이에 편의점 전쟁이 치열한 만큼 편의점에 빨리 방문할수록 입맛과 취향에 맞는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한 편의점 알바생은 "빠른 방문이 힘들 경우 '라스트오더' 앱을 이용하는 직장인도 많다"고 귀띔했다.

편의점 업계는 도시락의 성장세를 예측하고 다양한 메뉴 개발과 행사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직장인에게 인기있는 도시락은 '초가성비 도시락'과 'N찬 도시락'이다. 가격 대비 푸짐하고 든든한 한 끼를 챙겨 먹을 수 있는 '초가성비 도시락'과 다양한 반찬을 5000원 내외로 먹을 수 있는 'N찬 도시락'은 그야말로 착한 도시락 그 자체다. 기자는 '7찬도시락'을 먹었는데 각양각색의 반찬을 맛볼 수 있어 배를 채우기 충분했다.

물가급등으로 근로자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가계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직장인 식비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며 지원에 나섰다. 직장인들의 점심 고충해결을 위해 힘쓸 것을 약속한 것이다. 정부의 직장인 지원 정책에 많은 직장인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정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치솟는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물가가 계속 고공행진을 한다면 편의점을 찾는 직장인들의 발걸음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