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식당을 운영하던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문을 닫았다. 생활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자 아내 B씨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 식비와 자녀 교육비 등에 사용했다. 이후 돈을 빌려준 지인(채권자)은 B씨에게 수차례 변제를 독촉했지만 수입은 커녕 보유 재산도 없어 갚을 능력이 없었다. 이때 채권자는 남편 A씨에게 대여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을까.
민법 제827조는 '부부 일상의 가사에 관해 서로 대리권이 있다'고 규정한다. 이를 부부의 '일상가사대리권'이라고 한다. 부부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통상의 사무에 관해 서로에게 별도의 대리권을 수여하지 않더라도 배우자를 대리해 법률행위(계약 체결 등)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민법 제832조에 따르면 '부부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제삼자와 법률 행위를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A씨와 같이 일상가사에 관한 배우자의 행위에 관해 다른 배우자도 연대책임을 부담한다는 의미다.
판례는 "문제가 된 법률행위가 일상가사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그 법률행위의 객관적인 종류나 성질과 함께 법률행위를 한 사람의 의사와 목적, 부부의 현실적 생활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다. (대법원 1999.3.9. 선고 98다46877 판결 등 참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거를 위한 부동산 거래에 있어 시세 등에 비춰 적정 금액을 차용(대출)하는 경우 ▲임대차나 공과금 납부 ▲식료품이나 의류 구입 등 필수적인 의식주에 관한 사항 ▲자녀를 위한 교육비 ▲의료비 등은 일상가사 사무에 해당한다.
앞의 예시에서 아내 B씨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린 행위는 부부의 공동생활 유지를 위한 생활비 충당의 목적으로서 일상가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상가사의 연대책임에 따라 B씨와 부부관계인 남편 A씨도 연대책임을 부담한다. 채권자는 B씨뿐 아니라 A씨에게도 변제를 요청할 수 있고 A씨 명의의 재산을 통해 채권을 확보할 수 있다.
민법은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특유재산으로 보고(민법 제830조) 각자 관리·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다만 일상가사 채무의 경우 배우자의 채무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하기 전 구체적으로 채무의 종류와 액수 등을 명시해 다른 일방의 배우자에게 책임이 없음을 상대방에게 표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민법 제832조 단서)
[프로필] 조연빈 변호사▲법무법인 태율(구성원 변호사) ▲서강대 법학과 졸업 ▲2019년 서울특별시장 표창 ▲한국여성변호사회 기획이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피해자 법률구조 변호사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법률지원 고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