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7월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 2000만명의 목숨을 구했다. 제약·바이오 산업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코로나19는 역설적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다. 그동안 변방으로 여겨졌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도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이후 큰 성장을 이뤘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국산 첫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초도 물량이 지난 2일 첫 출하됐다. 올 6월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품목허가 이후 약 두달만이다.

코로나 백신·치료제 보유 세번째 국가… 제약주권 신호탄

스카이코비원 개발로 한국은 영국과 미국에 이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모두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스카이코비원은 항원 단백질을 투여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전통의 합성항원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이다. 독감이나 B형 간염 백신 등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으로 안전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카이코비원은 글로벌 임상 3상에서 2회 접종 시 중화능(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능력)이 접종 전 대비 약 33배로 대조백신과 비교해 약 3배 높았다.

추가접종(3차접종)시 국내 유행 중인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BA.1, BA.5)에 대해서도 높은 중화능을 보였다.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에 따르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화이자·모더나)으로 기초접종(1·2차) 후 스카이코비원으로 3차접종을 했을 경우 BA.1에 대해 평균 중화능이 22.0에서 1141.0으로 51배 높아졌다. BA.5에선 28배,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선 11배 높아졌다. 추가접종으로 국내 개발 백신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초 스카이코비원 개발을 시작해 불과 2년여만에 개발을 완료했다. 정부·기관·민간의 투자와 연구개발 지원 등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져 가능했다는 평가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에 현실적인 신약개발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질병관리청은 스카이코비원 1000만회분을 선구매하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에 힘을 실었다. 보건복지부는 국가임상시험재단 등과 함께 임상시험 관련 제도와 인프라를 확충했다. 식약처는 임상 3상 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맞춤형 기술지원을 실시했다. 신속한 임상 진입을 위한 중앙임상시험심사위원회제도를 시범 운영했다.

대웅제약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대웅제약

제약·바이오 R&D 비중 증가… 신약개발도 활발

스카이코비원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팬데믹 이후 제약·바이오 R&D의 중요성은 매우 높아졌다. 국내 업체들의 R&D 투자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2021 제약바이오산업 데이터북'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제약바이오기업의 R&D 투자비용은 2019년 2조7424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2.3%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3조2904억원(매출액 대비 14.2%)으로 금액과 비중 모두 늘어났다.

2021년 매출 상위 15개 제약사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해당 업체들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평균 9%였다.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한미, 대웅 등 5대 제약사는 매출 대비 10%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신약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의 수도 빠르게 증가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기업과 병원이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시험 수는 411개로 5년 전인 2017년(276건)에 비해 48.9% 급증했다. 지난해 식약처가 허가한 신약은 5건으로 역대 최다 수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6일 충북 청주 국립보건연구원 바이오뱅크(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를 방문해 혈액, 세포, DNA 등을 보관하는 액체질소냉동고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대통령실

국산 신약 FDA 승인 기대감 ↑… 정부 "신약개발 전폭 지원"

하반기에도 신약개발의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기대를 모았던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었고 폐암신약 '포지오티닙'도 연내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두 신약 모두 글로벌 제약기업 스펙트럼에 각각 2012년, 2015년 기술수출돼 글로벌 판권을 넘긴 상태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기업 얀센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도 빠르면 2023년 하반기 FDA 허가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얀센은 현재 렉라자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정부도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신약개발과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올해 5000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를 조성한다. 2026년까지 13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도모하고 바이오헬스 특화 샌드박스(일정 기간 기 규제 면제·유예)를 만드는 등 규제 개선에 나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27일 분당서울대병원 내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제4회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바이오헬스 분야는 국민 건강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고소득 일자리 창출로 우리 경제의 성장과도 직결되는 것이다"며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관련 지원을 확대해 기업들이 블록버스터 신약과 백신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