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 뒷심 발휘할까… 속도 붙은 바이오 기술수출
② 신약부터 플랫폼까지, 똘똘해야 살아남는다
③ 글로벌도 군침… 바이오도 플랫폼 시대 왔다
① 뒷심 발휘할까… 속도 붙은 바이오 기술수출
② 신약부터 플랫폼까지, 똘똘해야 살아남는다
③ 글로벌도 군침… 바이오도 플랫폼 시대 왔다
한미약품의 자체 개발 플랫폼 기술을 접목한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어서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신약 플랫폼'이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특정 신약후보물질을 단순히 기술수출하던 것에서 다수의 후보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플랫폼 기술수출로 모델이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신약만큼 주목받는 국산 플랫폼 기술
플랫폼 기술은 약물이 인체에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특정 약물 또는 적응증에 국한되지 않아 다수의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 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수의 기술수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런 특징 때문에 신약개발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연구·개발(R&D)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기대받고 있다.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신약 플랫폼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9월10일 FDA로부터 바이오 의약품 약효를 늘려주는 '랩스커버리' 플랫폼을 활용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시판허가 승인을 받았다.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신약의 첫 허가 사례다. 랩스커버리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신약 개발 플랫폼으로 인체 내 의약품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 외에 면역 항암치료와 표적 항암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인 '펜탐바디',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먹는) 제제로 바꿀 수 있는 '오라스커버리' 등의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신약 플랫폼 기술의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플랫폼 기술을 가진 다른 바이오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플랫폼 시대 개막… 제2의 랩스커버리 신화 나올까
기술수출에 성공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가 꼽힌다. 이들 기업은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2020년 약 6조6000억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역시 3조원에 달하는 계약(레고켐 3건, 알테오젠 1건)을 이끌어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초 1조원이 넘는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항체-약물 접합체(ADC)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레고켐바이오는 3년 연속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 올라섰다. 2015년 중국 푸싱제약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5조원 규모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ADC 플랫폼은 항체와 약물, 링커로 구성된 의약품이다. 항체의약품과 세포독성 약물을 링커로 연결해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표적 항암제의 한 종류다.
알테오젠은 최근 3년간 2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신약 플랫폼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부터 ADC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정맥주사를 피하주사(SC)로 변환하는 제형 변경 플랫폼 'ALT-B4'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ALT-B4는 피하 조직으로 약물 전달을 용이하게 하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적용한 제형 변경 플랫폼이다. 현재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를 이용한 SC제형화 기술은 미국 제약사 할로자임과 알테오젠 두 기업만 보유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의 혈액뇌관문(BBB) 침투를 극대화하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B'와 면역항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 '그랩바디-I'를 보유하고 있다. 그랩바디-I 외의 두 플랫폼은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 1월 프랑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그랩바디-B를 적용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ABL301)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약 1조3000억원이다. 국내 업계의 기술수출 규모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플랫폼 기술 적용 임상 궤도… 국산 플랫폼 수요 증가
최근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국산 플랫폼 기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레고켐바이오는 지난 9월7일 '월드 ADC 2022'에서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기술이전한 ADC항암제 후보물질 'LCB14'에 대한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대상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레고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후보물질의 첫 임상 데이터 발표다.
알테오젠이 2020년 ALT-B4 플랫폼을 기술수출한 파트너사가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연내 임상 1상을 마무리하고 2023년 임상 3상, 2025년 상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4분기 FDA에 ABL301 임상 1상 시험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ABL301의 임상 1상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임상 2상부터는 사노피가 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후보물질 발굴에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플랫폼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 업계가 개발한 신약 플랫폼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플랫폼 기술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