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FDA·빅파마 출신도 한국행… K-바이오 전문가 영입 속도
②인재 빼오기? 지속되는 제약바이오 기술유출 논란
③제약바이오 채용 담당이 전하는 인사 '팁'
①FDA·빅파마 출신도 한국행… K-바이오 전문가 영입 속도
②인재 빼오기? 지속되는 제약바이오 기술유출 논란
③제약바이오 채용 담당이 전하는 인사 '팁'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기술유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와 롯데바이오로직스(롯바)의 법적공방 때문이다.
지난달 8일 인천지방법원은 삼바가 자사에서 롯바로 이직한 3명에게 제기한 '영업 비밀 침해금지·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일부 인용했다. 롯바는 삼바에서 이직한 인원들이 가져온 자료나 문서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최근 롯데는 삼바의 주력사업인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DMO)에 뛰어들었다. 롯바는 이 과정에서 경력직 직원들을 대거 영입했는데 그 중 삼바 출신 직원들이 포함되면서 기술유출 논란이 점화됐다.지난 7일에는 인천지검이 서울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롯바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롯바로 이직한 직원 3명의 PC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바 측은 이들이 이전 회사의 영업기밀을 사용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바·롯바가 재점화한 기술유출 논란
업계의 인력 빼오기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삼성이 바이오산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던 2010년 LG생명과학(현 LG화학)은 자사 임원을 영입한 삼성에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지난해 GC녹십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이후 이직하는 직원들이 늘어나자 상대 회사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올해 5월에는 진단키트 업체 씨젠이 멕시코 법인장을 역임하다 퇴사한 A씨를 상대로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도 살펴보면 기술유출 논란 사례에 해당한다.
메디톡스는 2017년 전 직원이 대웅제약으로 이직하면서 균주와 기술을 유출했다며 대웅제약을 상대로 국내외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메디톡스가 일부 승소하면서 21개월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의 수입이 금지됐다. 이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와 판매 수수료 등을 지급 받는 조건으로 합의하면서 미국에서의 기술유출 이슈는 일단락됐다.
국내 소송은 현재진행형이다. 형사 소송에 대해서는 지난 2월 검찰이 대웅제약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메디톡스가 항고 절차에 나섰고 민사 소송은 오는 12월16일 1심 선고 예정이다.
업계는 기술유출 우려로 인력 유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기술을 기업의 자산으로 삼는 산업인 이상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제약바이오 분야 이직에 따른 영업기밀 유출이 잦아서 '영업비밀방어법'(DTSA)이라는 제동장치가 생겼다.
일부 기업에선 이를 막기 위해 비밀 유지·동종 업계 이직을 금지하는 서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만으로는 기술유출을 막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술유출 조사가 이뤄져도 유죄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법원 사법연감을 기반으로 2017~2021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 81건을 검토한 결과 무죄율은 34.6%였다. 같은 기간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3.0%)보다 11.5배 이상 높았다.
반복되는 기술유출 논란… 전문가 "정부가 나서야"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2022년 부정경쟁방지·영업비밀보호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대안 마련에 나섰다. 기술유출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분쟁대응을 지원하고 관련 소송에서 피해자 입증부담 완화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추진한다.업계에서는 강력한 기술유출 방지 제도와 함께 관할부처가 정해져야 기술유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약바이오 업계를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흩어져 있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어렵다"며 "강력한 기술유출 예방 제도와 관할부처 신설·전문 인력 확대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 기밀 유출 방지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지적재산권 소송 전문가인 샤론 리 변호사는 지난 8월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X) 2022'에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성장하면서 기술유출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기업 기밀을 유출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며 정부가 개입한다"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위해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