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시간만의 '생환 기적'을 보여준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광부 박정하씨(62)가 병원 치료 1주일 만에 퇴원 수속을 밟았다.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보려고 한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씨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시력 보호를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할 예정이었지만 선글라스를 벗고 취재진 질문에 답할 정도로 몸 상태가 양호해 보였다.
기자회견에서 박씨는 뜨거운 동료애를 내비치는 한편 앞으로 광산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개선에 힘을 보태겠단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런 사고는 처음인데 지금 광부들이 일하는 환경 자체가 1980년대 초와 변한 게 없다"며 "(사고를 계기로) 광부들이 좀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활동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희망을 버리지 않고 구조를 기다린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하든 가족과 항상 같이하겠다"며 "가족에게 할 말이 '사랑한다'는 말밖에 더 있겠냐"라고 말했다.
박씨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박씨가 고립됐을 당시 식사 대용으로 먹은 커피믹스 한 박스를 선물했다. 그러면서 "광부 두 분이 생환한 이 기적을 대한민국의 희망을 살리는 데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박정하씨와 작업보조자 박모씨(56)는 지난 4일 밤 11시3분 구조된 이후 1주일 동안 내과 집중 치료와 정신건강의학과·정형외과·안과 등 협진 치료를 받았다.
퇴원 이후 박씨는 생활 근거지인 강원 정선군 고한읍 자택에 머물며 인근 태백시의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육체적 몸 상태는 정상 수준이지만 사고 충격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따른 불안감 등 심리적 후유증 치료를 위해서다.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또 다른 생환 광부 작업보조자 박씨는 안동병원 홍보팀을 통해 "(고립됐을 당시) 어둠이 밀려오니 이성을 잃고 정신이 마비될 정도로 무서워 많이 울었다"며 "작업반장이 침착하게 신경 써 줘서 위안을 얻었고 이렇게 구조돼 살아나왔으니 앞으로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지난 10월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지하 갱도에서 토사가 쏟아져 작업하던 광부 7명이 지하에 매몰됐다. 5명은 자력으로 탈출하거나 업체 측 자체구조대가 구했으나 2명은 221시간 만인 지난 4일 밤 11시3분 가까스로 구조됐다.
당시 광산 운영업체 측은 자체적으로 구조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구조활동을 벌이다 사고 발생 14시간이 지난 다음날(지난달 27일) 오전 8시34분에야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초동대응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자 경찰은 현재 광산 운영업체를 상대로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