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종종걸음으로 걷던 한국에서 4시간을 비행기로 날아가면 따사로운 햇볕과 후덥지근한 공기가 반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 처음 찾는 동남아시아. 한국인이 사랑하는 베트남의 대표 휴양지 다낭에서 조금 떨어진 호이안으로 훌쩍 떠났다.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호이안은 잊힌 항구도시다. 15~19세기 '바다의 실크로드'로 불릴 만큼 중국, 일본, 포르투갈 등과 무역이 활발한 곳이었다. 동서양의 상인들이 사랑했던 호이안은 일본과 중국, 그리고 서양의 건축양식이 융합돼 독특한 분위기의 도시로 발전했다. 그러다가 20세기 이후 선박이 대형화하면서 포구가 좁고 얕은 호이안은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 물렸다.
등불 사이로 흐르는 호이안의 화려함
올드타운은 호이안의 과거이자 현재다. 고풍의 건축물이 늘어선 거리를 관광객과 상인이 채우고 있다. 가득한 풍등 사이 카페에선 팝송이 흘러나온다. 특히 밤에 찾으면 매력이 배가 된다. 어둠이 내린 도시를 밝히는 등불에서 호이안의 옛 명성을 엿볼 수 있다.
저녁 8시가 넘어 찾은 올드타운은 활기찼다. 거리 곳곳 나무테이블에서 여행객들은 맥주를 마셨다. 한쪽에선 캐리커처를 그리고 다른 한쪽에선 노래를 불렀다. 거리 폭이 좁지 않아 사람이 많아도 답답하지 않다. 올드타운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됐다.
호이안은 낭만의 소도시다. 사람의 손길을 덜 받은 자연과 더운 공기, 바닷바람에 곱게 낡은 건물이 어우러진다. 오색 등불 아래 손을 잡고 운하를 건너는 사람들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풍등 빛이 반사돼 반짝거리는 강 표면은 한참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다.
올드타운을 가로지르는 투본강에는 소원등을 단 나룻배들이 떠다닌다. 호이안 올드타운의 상징과도 같은 이 등불들은 행복과 재물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나룻배를 타고 소원등을 흘려보낼 수 있는 투어가 구성돼 있다.
투본강을 건너가면 각종 기념품과 먹거리를 파는 야시장이 있다.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 실크 스카프, 수공예품 등을 판다. 한 자리에 등불을 모아놓고 사진을 찍어주는 '인증샷 명소'도 있다. 야시장에서 가장 줄이 긴 곳을 찾으면 된다.
야시장 곳곳에서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Half of my heart is in Havana." 한 라이브 카페에서 부르는 카밀라 카베요의 '하바나'가 거리로 울려 퍼졌다. 등불과 맥주와 노래가 어우러졌던 올드타운. 노랫말처럼 내 마음의 절반을 그곳에 두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다낭 부럽지 않은 럭셔리 호캉스
낭만은 일정 거리를 유지할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올드타운에 마음을 남겨두고 돌아올 수 있는 건 '내 집 같은' 잠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다낭에 이어 호이안에도 호화 리조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다낭공항에서 차로 45분, 올드타운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호이아나 리조트&골프'는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기 제격인 곳이다. 도심과 떨어져 있어 조용하고 깔끔하다. 리조트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 10개 이상의 레스토랑과 카페, 다양한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카지노 등이 마련됐다.
호이아나 리조트&골프에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먼저 호텔 앤 스위트는 전 객실이 스위트룸이다. 널찍한 객실에서 동중국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호화로운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단 세 개밖에 없는 스카이 풀 스위트 객실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215㎡ 크기로 넓은 객실은 사방이 트여있어 환하다. 룸에 프라이빗 풀이 딸려있어 바다를 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뉴월드호텔은 넉넉한 발코니가 구비됐다. 오션뷰 룸이 두 가지 타입으로 준비돼 바다를 배경으로 여유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레지던스의 경우 편의성이 강점이다. 한 건물에서 레스토랑과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스파를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객실 내부에는 인덕션, 식기세척기, 세탁기, 건조기 등이 배치된 점이 특징.
호이안에서의 3박 5일을 레지던스에서 묵었다.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 넉넉한 공간, 합리적인 가격이 강점이다. 아침부터 투어 일정을 소화한 날이라면 레지던스만의 맞춤형 다이닝 서비스인 '셰프 온 콜'을 추천한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객실에서 셰프가 직접 만든 훌륭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식재료와 요리에 대한 설명은 덤이다.
손발로 느끼는 호이안
요리 교실은 호이안을 방문하면 필수로 체험하는 코스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코코넛 보트'를 타고 베트남 요리를 만들어보는 투어가 일반적이다. 코코넛 보트는 코코넛을 반으로 가른 것처럼 생겨 이런 이름이 붙었다.
어떤 나라의 문화를 알고 싶다면 현지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되는 식자재는 생산지의 기후, 토양, 지형 등의 자연환경을 보여준다. 음식에 대한 태도는 생활양식을 반영한다. 이런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직접 체험해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남과 북으로 길게 뻗은 베트남은 지역에 따라 음식 특성도 조금씩 다르다. 호이안은 항구도시였던 만큼 동서양의 영향을 고루 받은 퓨전 음식이 많다. 요리 교실은 영어로 진행되며 두 시간 정도 소요됐다. 집에서 밥 한 번 하지 않지만 따라가기에 큰 무리가 없었다. 해산물을 곁들인 망고 샐러드, 돼지고기와 채소를 곁들인 월남쌈을 만들어봤다. 향신료가 강하지 않아 호불호가 덜 갈린다.
골프 여행으로 떠나기에도 매력적인 선택지다. 호이아나 리조트&골프 근처에는 호이아나 쇼어스 골프 클럽이 있다. 전설적인 골프 코스 제작자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디자인한 걸작으로 불린다. 아시아 태평양 골드 어워즈에서 '2019년 아시아 태평양 최고의 코스상'을 수상했으며 아시아 100대 골프장 중 15위에 올랐다. 모래 언덕과 바닷바람이 조화를 이룬 18홀 해안 링크스 코스는 인기가 뜨거운 편이다. 6000㎡에 이르는 클럽하우스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