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사진=현대카드

미국 IT기업 애플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 '애플페이'가 이르면 내달 초 국내에서 서비스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카드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현대카드는 지난 8일 "애플과 협업해 애플페이를 한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라며 "자세한 사항은 추후에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해 말을 아꼈지만 이날 서비스 출시를 공식화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 3일 애플페이의 국내 사용 허용을 공식화한 지 5일 만에 나온 입장이다.

2014년 출시된 애플페이는 아이폰에 카드 정보를 저장하면 지갑이나 카드 없이 상점, 식당 등에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이폰 이용자들을 등에 업고 현재 74개국에 발을 넓힌 상황이다.

애플은 2015년부터 애플페이를 출시하고자 국내 카드사와 협상을 벌였지만 매번 불발되고 말았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애플페이와 현대카드가 국내 단독 사용권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진출 가능성이 대두됐다.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애플페이 국내 상용화를 위해 직접 미국에 건너가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정 부회장은 금융위원회의 입장 발표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늘 점심은 사과"라는 글을 게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태영 부회장은 카드업계의 이단아로 불린다. 현대카드의 이름 뒤에 '파격', '혁신'이란 수식어를 붙게 한 것도 그의 역할이 컸다. 특히 현재 카드업계에 보편화된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와 세로형 카드를 처음 내놓으며 유행을 선도한바 있다.

정태영 부회장이 또 한 번 업계의 판을 흔들기 위한 기회로 애플페이를 낙점한 건 '금융 테크 기업'으로의 도약 전략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서 현대카드의 양적 성장과 질적 이동에 주목해 '금융 테크 기업'으로의 체질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디지털 역량 강화, 서비스 혁신 등을 통해 대체불가, 압도적 존재감을 지닌 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이제 시장의 눈길은 현대카드와 애플페이의 영향력에 쏠린다. 국내 법규상 배타적 사용권을 유지하지 못해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과 제휴를 맺을 수 있지만 서비스 초기에는 현대카드가 유일한 제휴사로서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의 신용카드 이용실적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별 개인 신용카드 판매실적(국내·해외 일시불·할부·국세·지방세 등 합계액)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19.6%), 삼성카드(17.8%), 현대카드(16.0%), KB국민카드(15.4%) 순이다. 현대카드와 삼성카드의 차이는 고작 1.8%포인트 차이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