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은옥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36시간 만에 파산한 배경에는 스마트폰을 통한 예금 인출, '폰 뱅크런'이 이유로 지목됐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 스마트폰에서 쉽고 빠르게 예금을 인출할 수 스마트폰 뱅킹이 '디지털 뱅크런'을 일으킬 수 있는 지적이다.

16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감독규정에 따르면 고객 기준 국내 은행의 인터넷·모바일 뱅킹 1회 이체 한도는 최대 1억원, 1일 이체 한도는 최대 5억원이다.


비대면 고객이 많은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은 물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도 적용된다.

SVB의 유동성 위기가 알려지자마자 하루 만에 55조원이 빠져나가고, 다음날 영업 정지까지 이른 이유는 디지털 뱅킹이 활성화된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은행 창구에 직접 달려갈(run) 필요 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 두드리는 것만으로 예금 인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용률 세계 1위, 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이 은행 계좌를 보유한 한국은 모바일 뱅킹 사용이 늘면서 수시입출금 금액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조달 자금 중 수시입출식 예금 비중은 2007년 37%에서 지난해 6월 44%로 늘었다. 6개월 이하 단기예금도 21%에서 40%로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2019년 스마트폰으로 쉽게 계좌를 갈아탈 수 있는 오픈뱅킹 시스템을 열어준 데 이어 오는 4월 시범 운영을 예고한 온라인 예금 중개업 등 '머니 무브'를 쉽게 할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한다.

모든 금융사의 자금을 하나의 앱에서 클릭 한 번으로 수수료 없이 조회하고 송금할 수 있는 상황에 예금취급기관의 예·적금을 비교하고 가입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금융전문가들은 부동자금 비중이 높은 국내 은행 조달 구조에 대규모 자금이 이동할 수 있는 유동성 우려를 제기한다. 정치권에서도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SVB 파산과 관련해 "디지털 뱅크런은 금융당국이 개입할 시간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 이틀 사이에 은행이 파산하게 된다"면서 "우리 금융당국이 이러한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국판 SVB 사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초기 뱅크런이 일어날 당시 금융당국에 인출 금지 명령 등 시장 조치를 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폰 뱅크런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기술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앞서 금융소비자와의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특정한 곳의 예금 유출이 쏠리면 신규 대출 중단, 기존 대출 회수 등 신용 경색이 발생할 수 있고 극단적으로는 뱅크런이 나타날 수 있다"며 "SVB의 예금 대부분이 예금자보호 제도를 적용하지 못해 고객의 불안심리를 부추겨 뱅크런이 일어난 점도 반면 교사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