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간접수출'에 대한 정부기관의 오락가락 행보에 보툴리눔 톡신 업계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메디톡스, 휴젤, 파마바이오리서치, 제테마,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등 6곳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국내 판매를 정지하고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유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에 제품을 판매했다는 것. 국가출하승인이란 백신·항독소·혈장분획제제 등 국가관리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국내 사용을 위해 품질의 균일성, 안전성 등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제도다.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업체들은 곧바로 법원에 식약처의 허가취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동시에 식약처의 처분 취소를 다투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들 업체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본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이들 업체 제품의 국내 판매에는 영향이 없다.

식약처는 올해 3월12일 브리핑을 통해 수출 목적으로 생산·판매된 수출용 제품이어도 국내 수출업체(도매상)에 대금을 받고 공급한 것은 국내에 판매한 것이므로 6개 업체에 대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아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도 식약처의 입장과 같다. 사흘 뒤인 3월15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해당 6곳의 기업과 임직원 12명을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을 국내 판매했다는 이유로 약사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보툴리눔 톡신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간접수출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수출이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한다. 도매상에 명백히 수출용 제품으로 공급했고 수출용 가격이 내수용 가격보다 비싸 도매상이 손해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국내에 유통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간접수출을 국내 판매로 보고 규제를 가한다는 것이다.

약사법의 개정 역사를 살펴도 식약처가 약사법의 국가출하승인제도를 내세워 간접수출을 제한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1991년 당시 대외무역법에 의한 무역업 허가와 약사법에 의한 수출입업의 허가를 이중으로 받도록 돼 있었는데 약사법을 개정하면서 의약품 등의 수출입업허가제는 폐지됐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대외무역법 등을 통해 매년 '수출의 탑' 포상 기준에 간접수출 실적을 인정하며 간접수출을 장려하고 있는데 의약품 규제기관인 식약처는 간접수출에 도리어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대법원은 2003년 판시를 통해 옛 약사법 제35조의 '판매'를 국내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어 '판매'에 의약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약 20년 전 판례이지만 아직 판례변경으로 해석을 변경하지 않은 만큼 대법원의 이 해석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식약처의 행보도 오락가락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식약처는 2022년 8월 국내 식의약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국제 통상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선진 외국의 제도를 비교 분석해 수출을 지원하는 등 국제정책업무를 수행하는 '글로벌 식의약 정책 전략 추진단'을 구성·운영하고 있다.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침익적 제재를 다루는 형사법상의 원칙 중 '의심스러운 것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in dubio pro reo)라는 것이 있다.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 기업에 품목허가 취소라는 침익적 처분을 내리기에 앞서 업계의 수출여건을 눈여겨볼 수는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