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게재 순서
①건강한 분변으로 사람을 치료… 마이크로바이옴 전성시대
②유도탄처럼 암세포만 골라 타격… ADC 뭐길래
③코로나로 유행 탄 mRNA, 모든 질병에 도전장
①건강한 분변으로 사람을 치료… 마이크로바이옴 전성시대
②유도탄처럼 암세포만 골라 타격… ADC 뭐길래
③코로나로 유행 탄 mRNA, 모든 질병에 도전장
지난해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선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 신약 '엔허투'의 유방암 환자 대상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됐다. ADC는 특정 단백질(항원)을 표적해 유도탄 방식으로 약물을 직접 전달하는 항암 치료제를 가리킨다. 기존 화학요법과 비교해 효능을 높이고 약물 독성을 줄이면서 정상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불린다.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유전자 저발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엔허투는 1차 지표인 환자의 암의 진행이 멈춘 것을 의미하는 무진행생존기간(mPFS)이 10.1개월로 대조군(화학항암제·5.4개월) 대비 약 2배 가까이 연장한 통계값을 가리켰다. 전체생존기간은 23.9개월로 대조군(17.5개월) 대비 36%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암 치료 효과에서 획기적인 성능을 보인 만큼 현장에선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ADC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서 품목허가 받은 ADC 치료제는 총 13개다. 2022년 ADC 치료제 후보물질 57종이 임상 1상 시험에 진입했는데 이는 전년과 비교해 약 90% 증가한 수치다.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엔마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2022년 약 59달러(약 8조원)에서 2026년 130억달러(약 19조원)로 4년 새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엔허투의 성공 사례를 지켜본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ADC에 출사표를 던졌다.
화이자도 꽂혔다… ADC 기업 인수에 56조원 투입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자본력을 앞세워 ADC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 화이자는 지난 3월 ADC 분야 선두 기업으로 꼽히는 시젠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규모는 430억달러(약 56조원)에 이른다. 올해 이뤄진 글로벌 제약사의 딜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며 바이오 인수합병(M&A) 역사상 역대 세 번째다. 시젠은 지난해 8억3900만달러(1조970억원)의 매출을 올린 림프종 ADC 신약 아드세트리스를 보유했다. 엘버트 불라 화이자 회장은 "시젠이 보유한 ADC 기술과 화이자의 능력·전문성을 결합해 차세대 암 치료제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미국 제약사 MSD도 ADC 관련 기술 확보에 적극적이다. MSD는 지난해 12월 중국 ADC 개발 기업 켈룬 파마수티컬 지분을 매입했다. 양사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다. MSD는 켈룬으로부터 ADC 후보물질 7개를 도입했는데 모든 후보물질이 승인될 경우 최대 93억달러(약 12조3600억원)를 지급키로 했다.
다른 제약사에 권리를 이전했던 ADC를 되사오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 에자이는 권리를 이전했던 ADC를 되사왔다. 지난 8일 중국 블리스 바이오파마슈티컬와 자사 개발 항암제 에리불린을 페이로드(화학항암제)로 하는 항HER2 ADC 'BB-1701'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이 약물을 포함한 여러 ADC의 전 세계 개발권을 블리스바이오에 넘겼으나 블리스바이오가 미국과 중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1/2상 임상시험 상황을 지켜본 결과 공동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ADC 힘 싣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ADC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은 지난 4월12일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스위스 바이오텍 아라리스(아라리스)에 투자했다. 아라리스는 2019년 스위스의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에서 분사돼 설립된 기업이다. 항체의 유전자 변형 없이 특정 부위에 약물을 부착할 수 있는 3세대 ADC 기술을 보유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아라리스와 ADC 치료제의 생산과 개발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방침이다.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21일 ADC 플랫폼 개발 전문 기업 피노바이오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전략적 업무 파트너십을 맺고 ADC 플랫폼 기술 개발과 생산 협력 시너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ADC가 차세대 의약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기술 선점을 하기 위해 투자했다"며 "앞으로 ADC 관련 위탁개발(CDO) 서비스 등 협력을 도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피노바이오와 지난해 10월 ADC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기술 실시 옵션 도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ADC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지난 1월 영국 ADC 신약 개발 기업 익수다 테라퓨틱스(익수다)에 추가 투자를 단행해 지분 47.1% 확보했다. 익수다는 난치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차세대 ADC 기술을 개발하는 전문 기업이다.
종근당은 네덜란드 ADC 개발 전문기업 시나픽스와 플랫폼 도입계약을 체결했고 한미약품은 국내 ADC 치료제 개발 업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연구 및 개발 협약을 맺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제약사 암젠에 총 1조6000억원 규모로 ADC 플랫폼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박봉현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ADC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고 국내 제약사들도 공동개발과 기술이전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미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ADC 플랫폼 기술 개발을 본격화했고 위탁개발업체들도 제조인프라 확대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 확보를 활발히 추진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